글로벌 격전지되는 '뇌혈관장벽 플랫폼'…에이비엘바이오 임상 성과로 존재감 부각

美 1상서 안전성·내약성 확인
로슈·BMS 등 BBB 플랫폼 기반 신약 개발

국내 바이오텍 에이비엘바이오의 파킨슨병 신약이 미국 임상 1상에서 성과를 거두며 신경 퇴행성 질환 시장 진입 가능성을 높였다.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들이 뛰어든 시장에서 뇌혈관장벽(BBB) 셔틀 플랫폼 기술을 앞세운 에이비엘바이오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에이비엘바이오는 신경 퇴행성 뇌질환 치료용 이중항체 후보물질 'ABL301'이 미국 임상 1상에서 안전성과 내약성을 입증했다. 2022년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성인 91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1상에서 단일용량증량시험(SAD)과 다중용량증량시험(MAD) 모두에서 안전성과 내약성이 확인됐다. 모든 피험자에게서 사망이나 중대한 이상반응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이번 임상 1상 결과는 사노피가 후속 임상을 이어가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라며 "파킨슨병을 포함한 신경 퇴행성 뇌질환은 환자와 가족의 삶을 크게 위협하지만 근본적 치료제가 없어 미충족 수요가 크다"고 밝혔다. 시장분석기관 시온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신경퇴행성 질환 시장 규모는 약 619억 3000만 달러(약 86조원)였으며, 2034년에는 약 1213억 달러(약 169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10년간 연평균 성장률(CAGR)은 약 7.1%에 이를 전망이다.

파킨슨병·알츠하이머 등 신경퇴행성 질환은 신경세포가 점진적으로 손상돼 사멸하면서 뇌와 척수의 기능이 저하되는 질환들을 말한다. 관련 치료제 개발의 가장 큰 난제는 뇌혈관장벽(BBB)이다. BBB는 뇌로부터 외부 독성물질을 차단하는 보호막이지만 동시에 치료제 약물이 뇌에 도달하는 것도 가로막는다. BBB셔틀 플랫폼은 이 장벽을 통과할 수 있는 단백질 수용체 등에 항체나 펩타이드 등을 결합해 운반할 수 있는 기술로, 빅파마와 바이오벤처 간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의 뇌혈관장벽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의 모식도. 에이비엘바이오 홈페이지

국내에서는 에이비엘바이오가 가장 앞서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세포의 성장·대사·신경 기능을 조절하는 단백질 수용체인 'IGF-1 수용체'를 활용한 '그랩바디-B' 플랫폼을 개발한 바 있다. 프랑스 사노피와 10억6000만달러(약 1조4771억원) 규모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고, 최근에는 영국 GSK와 최대 4조1000억원에 이르는 대형 계약도 성사시켰다. 이 플랫폼은 항체뿐 아니라 다양한 신규 모달리티로 확장 가능해, 파킨슨병 치료를 넘어 신경계 질환 전반으로의 응용이 기대된다.

BBB셔틀 플랫폼의 글로벌 경쟁도 치열하다. 스위스 로슈는 트랜스페린 수용체(TfR1)를 활용한 '브레인셔틀' 플랫폼으로 알츠하이머 치료 항체 후보물질 '트론티네맙'을 개발 중이다. 기존 대비 뇌 침투율을 50배 이상 높였다는 결과를 확보했으며, 현재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는 스웨덴 바이오아틱와 철-이온 운송 메커니즘을 활용한 '브레인트랜스포터'의 BBB셔틀 플랫폼을 기술이전하는데 최대 14억 달러에 달하는 계약을 맺었다.

업계 관계자는 "BBB 셔틀 플랫폼 경쟁의 본질은 누가 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BBB를 돌파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며 "에이비엘바이오의 성공은 국내 바이오기업이 보유한 원천 기술이 글로벌 무대에서 통할 수 있다는 신뢰를 높이고 후발 기업들의 기술개발·투자 유인 효과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오중기벤처부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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