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은주기자
정부가 대규모 유휴 국유지와 노후 청·관사를 복합 개발해 청년과 서민 등을 위한 공공주택을 약 3만5000호 공급한다. 세금 대신 확보한 물납증권에 대한 의도적 기업가치 훼손에 대응하기 위해 수탁기관의 권한과 책임도 강화한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7차 국유재산정책심의위원회’를 주재하고,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26년도 국유재산종합계획과 물납증권 가치 보호 방안을 심의·의결했다. 구 부총리는 “초혁신경제로의 진입을 위해 국유재산 정책 기조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국유재산도 능동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2035년까지 계획된 청년임대 등 공공주택 약 2만호를 앞당겨 공급하고, 도심 노후 공공청사와 역세권 유휴부지를 추가 발굴해 신규 공공주택 1만5000호 이상을 공급할 계획이다. 서울 대방군관사 복합개발(180호·신혼부부 대상·2027년 준공), 종로 복합청사(50호·청년 대상·2027년 준공), 용산 유수지(300호·신혼부부 대상·2031년 준공), 청년 복합청사(50호·2030년 준공) 등이 대표적이다.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캠코·한국토지주택공사(LH)뿐 아니라 지방공사도 위탁개발기관에 포함하고, 사전 경제성 분석을 위한 제도 개선도 함께 한다.
하드웨어 중심으로 제공됐던 창업 공간도 정부의 다양한 청년창업정책(보육·사업화·투자 등)과 연계해 고도화한다. 서울 역삼, 마포 등 창업 활성화 지역에는 업무시설과 청년임대주택의 ‘창업 + 주거’ 모델인 주거결합형 청년창업 허브 복합개발을 추진한다.
국유재산을 활용해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도 지원한다. AI, 친환경 차, 신재생에너지 등 첨단·친환경 산업에 국유재산을 활용할 경우 사용료(2.5% → 1.5%)를 인하해 주기 위해 특례법 개정을 추진한다. 사회적 기업·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 조직에도 국유재산 사용료를 현행 2.5%에서 1%로 낮춰줘 안정적인 운영을 돕는다. 국유재산 사용료 경감 대상자가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현재 최고가 낙찰의 경쟁 입찰 방식을 추첨제로 전환한다.
아울러 AI 국유재산 분석 시스템을 도입한다. 신규 국유재산이 발생할 경우 개발과 보존, 매각 등 구체적 용도를 분석하고 이를 의사결정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AI기반으로 국유재산 개발 수요를 면밀하게 파악해 유휴 부지를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유휴 국유지는 개발 전까지 주차장 등 주민 편의를 위한 공간으로 개방한다. 또 미군 기지 재배치 완료 후 반환된 구역에 대한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국유재산특례제한법을 개정해 장기임대를 지원한다.
미래세대가 국유재산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100억원 초과 국유재산 처분 절차도 개편한다. 앞으로 500억원 초과 국유재산은 국무회의 심의와 국회 사전보고를, 100억원 초과 재산은 국유재산정책심의위 절차를 거치도록 해 매각 절차의 투명성을 높인다. 또 5년마다 했던 행정재산 조사는 매년 실시하도록 하고 유휴·저활용 재산을 발견하면 용도폐지 권고나 직권 폐지를 신속히 실시하도록 해 관리를 강화한다.
정부는 상속·증여세 등을 비상장 주식으로 대신 납부받는 '물납' 과정에서, 일부 기업이 고의적으로 기업가치를 떨어뜨려 국고에 손실을 끼치지 않도록 대응체계를 강화한다. 현재 물납 주식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수탁·관리하는데, 정부는 캠코 내부규정을 개편해 책임 활동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물납증권은 세금 대신 납부받은 상장사 지분 등으로, 그간 대주주·특수관계인의 지배구조 장악에 따라 국(國) 주주로서 권익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앞으로 수탁자인 캠코는 회계장부 열람, 주주제안, 경영진 면담 등 상법상 주주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비상장 주식으로 물납받은 증권에 대해 일부 기업은 정보 비대칭성을 이용해 악의적으로 가치를 훼손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정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 앞으로는 상법과 회계장부열람권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주주가치 훼손에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회사 자금 유용, 특수관계인 일감몰아주기, 시세보다 낮은 자산 매각 등 기업가치 훼손 정황이나 상당한 규모의 영업손실 등 부실 징후가 발견되면, 경영진에 개선 대책도 요구한다. 만약 경영진이 실질적 개선을 하지 않을 경우 손해배상 청구 또는 소송을 진행한다. 또 법적 조치 및 경영진 교체(이사·감사 선임)까지 단계별로 대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