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믿음기자
김환기의 '봄' 작품이 8월 케이옥션 경매를 통해 오랜 침묵을 깨고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1975년 12월,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열린 '김환기 회고전'에서 공개된 이후 약 50년 만이다. '봄' 작품은 이건희 컬렉션의 대표작인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와 유사한 작품성을 지녀 희소성과 조형적 가치가 큰 것으로 판단된다. 아울러 이중섭 '민주고발', 박래현 '여인들' 등 작품의 실물이 처음 공개된다.
김환기 '봄'. 케이옥션
이번에 출품된 '봄' 작품은 1974년 7월 뉴욕에서 별세한 김환기를 기려 1975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최한 김환기 회고전에 출품된 120여점 중 하나다.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로이자 국제적 위상이 컸던 김환기의 예술성을 잘 담아낸 수작(秀作)으로 평가받는다. 1956~1957년 제작된 작품으로, 매화, 꽃수레, 달과 같은 전통 모티프와 파리 시기 추상 형식이 맞닿은 과도기적 작품이다. 특정 주제를 강조하기보다 다양한 오브제를 적절히 배열해 회화적 리듬과 시각적 즐거움을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이건희 컬렉션의 대표작 '여인들과 항아리'와 제작 시기, 소재, 화면 구성 등에서 높은 유사성을 보인다. 경매가는 20억원부터 시작한다.
이중섭 '민주고발'. 케이옥션
이중섭의 '민주고발(民主告發'의 실물이 처음 공개된다. 1953년 출간한 구상 시인의 사회비평집 '민주고발'의 표지화 4점 중 하나로, 지금껏 자료 이미지로만 전해졌다. 실물 공개는 이번이 처음이다. 해방 이후 이승만 정권의 독단적인 권력 행사와 권위주의적 억압, 그리고 사회 구조의 모순에 대한 비판을 담은 회화다. '민주고발' 표지를 제작해 달라는 구상의 부탁으로 이중섭이 작업했으나 실제 '민주고발' 표지로 사용되지는 않았다. 이후 구상의 다른 저서 표지화로 사용됐다. 사료로만 존재하던 작품의 최초 실물 공개라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추정가는 1억2000만원~2억원이다.
박래현 '여인들'. 케이옥션
해방의 감격과 기쁨을 여성적인 섬세한 필치로 표현한 우향 박래현의 작품 '여인들'에도 관심이 쏠린다. 1946년 6월 동화백화점 3층 화랑에서 열린 개인전 당시 소개된 작품으로, 백색 한복과 푸른색 저고리, 역동적으로 휘날리는 태극기는 박래현 특유의 세련된 색채 감각과 야외 공간의 활기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1946년 5월29일 자유신문은 박래현 작가를 "재기발랄한 여류작가"로 소개하며, 그의 작품을 "해방의 감격을 여성적인 섬세한 필치로 표현한 역작"이라고 평했다. 1997년 삼성문화재단이 제작한 도록 '한국의 미술가 박래현'에 수록됐을 뿐, 그간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다. 추정가는 1700만원~1억2000만원이다.
김종학 '여름풍경'. 케이옥션
이번 경매에선 활기찬 색의 언어를 집중 조명한다. 김종학의 '여름풍경'은 대담하고 경쾌한 원색을 바탕으로 푸른 산과 하늘, 화사한 자연의 에너지를 담아내며 여름의 정취를 경쾌하게 풀어낸다. 이대원의 '바다'는 깊고 풍부한 블루 톤을 통해 탁 트인 바다의 청량함과 함께 해방감, 휴양, 낭만의 심상을 직관적으로 전한다. 김환기의 '산월'은 고요히 펼쳐진 푸른빛의 산과 달을 단순하면서도 깊이 있는 구성으로 담아냈다. 안창홍의 '양귀비 언덕'은 강렬한 색채로 살아 꿈틀대는 한여름 들녘의 생동과 자유로움을 포착하며, 뜨거운 계절의 정서를 강렬하게 시각화한다. 또한 강요배의 '조천'은 짙고 풍부한 색조와 섬세한 붓질을 통해 새벽 바다의 신비롭고도 차분한 순간을 담아냈다.
경매 작품은 오는 20일까지 케이옥션 전시장에서 미리 살펴볼 수 있다. 예약 없이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경매는 케이옥션 무료회원 가입 후 서면이나, 현장 응찰, 전화, 온라인 라이브 응찰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오는 20일 열리는 경매는 회원가입 상관없이 자유롭게 참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