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총서기 방한에 줄 선 韓 기업들…희토류·방산 협력 러시

단순한 교역 확대 넘어 '패키지 협력안'
중장기 산업안보 파트너십 구축 전환점

또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방한을 계기로 K-9 자주포 수출뿐 아니라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한화 등 국내 기업들의 보폭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생산 확대, 부품 현지화, 연구개발(R&D) 센터 설립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공급망 안정과 시장 다변화를 동시에 꾀하려는 전략과 맞물린다는 해석이 나온다.

또 럼 베트남 당 서기장 내외가 10일 서울공항에 도착 후 이동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초청으로 이날 한국을 찾은 럼 서기장은 13일까지 나흘간 국빈 방문하면서 11일 정상회담, 국빈 만찬, 12일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 참석, 13일 부산 방문 등 일정을 소화한다. 연합뉴스

11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리는 국빈 만찬을 비롯해 비즈니스 포럼과 그룹 총수들 개별 면담에서 여러 협력 방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과 포럼이 단순한 교역 확대를 넘어 국책사업 '패키지 협력안'을 통한 중장기 산업 안보 파트너십 구축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협력이 두드러지는 분야는 원전이다. 한국전력은 지난달 베트남 투자기획부 수석 차관 출신 인사를 단장으로 한 경제·사회 연구단을 서울로 초청해 원전 협력 워크숍을 열었다. 베트남이 신규 원전 도입을 검토 중인 만큼 한국형 원전 건설·운영 기술과 안전관리 노하우를 제시했다. 이른바 '팀 코리아'에는 현대건설, 수산인더스트리, 두산에너빌리티, 한전기술, 비에이치아이, 한전산업, 한전KPS, 효성중공업, 일진파워, 대한전선, 현대건설기계, HD현대인프라코어 등 관련 기업이 포진해 있다.

전력 인프라와 전략 광물 개발 협력도 속도를 내고 있다. LS전선 자회사 LS에코에너지는 베트남 내 유일한 초고압 케이블 생산설비를 보유한 기업으로, 현지 전력망 구축의 핵심 파트너로 꼽힌다. 지난 5월에는 베트남 정부와 합작법인 설립을 협의하고 사업 인허가 규제 정비를 요청했다. 베트남 정부는 한국의 기술과 자국 자원을 결합한 모델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희토류 개발·가공 프로젝트를 구체화하고 있다.

LS전선 관계자는 "2023년부터 베트남 국영기업과 해저케이블 공장 건립을 협업하고 있는데, 만약 투자 얘기가 오간다면 해저케이블 공장 증설 또는 신규 전력망 프로젝트, 희토류에 대해 논의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베트남은 미·중에 편중된 교역 구조를 완화하고 제3국을 향한 수출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는 대안 생산기지로 평가된다. 희토류·에너지·방위산업 등 전략 산업 전반에서 협력이 가능한 파트너라는 점에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재계는 비즈니스포럼 외에 기업 간담회 등 개별 면담을 통해 투자 확대와 공급망 재편, 첨단 제조·에너지·전략 광물 분야에서의 협력 논의를 기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베트남이 자원 안보와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핵심 지역으로 부상했다고 평가한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베트남으로서는 한국, 중국, 일본 등 국가들이 베트남 투자를 축소할까 우려할 수 있고 우리로서도 무역 의존도가 높은 시장에서의 무역이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공급망 재편 구도에선 핵심 자원 확보가 가장 큰 경제 안보 이슈가 됐다"며 "장기적으론 베트남을 포함해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들과의 경제 협력을 위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아름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중국이 관세 국면에서 계속해서 희토류를 수출 통제 목록에 올리고 이를 레버리지 삼아 압력을 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기업 입장에선 시한폭탄 같은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베트남 희토류 관련 협력은) 기업들이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공급망 다변화를 시도하는 차원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산업IT부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산업IT부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산업IT부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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