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출근 않고 왜 도서관에?' 안성시의 특별한 돌봄 실험

직원, 자녀와 함께 도서관서 원격 근무하며 돌봄
김보라 시장 "직원 워라밸 위해 확대 방안 검토"

경기도 안성시의 A주무관은 지난달 31일 아침 7살 자녀와 손을 잡고 출근길에 올랐다. 그런데 그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는 대신 도서관으로 향했다. 그 후로도 그는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고 퇴근시간까지 도서관에 머물렀다.

김보라 안성시장이 자녀를 데리고 아양도서관으로 출근해 원격근무를 한 직원들과 함께 놀이에 참여하고 있다. 안성시 제공

A주무관은 이날 휴가를 낸 것도 그렇다고 무단결근한 것도 아니었다. 아이가 도서관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노는 동안 그는 같은 장소에서 원격근무를 한 뒤 퇴근시간에 맞춰 아이와 함께 귀가했다. 점심시간에는 아이와 구내식당에서 함께 식사하며 대화도 나눴다.

A주무관의 특별한 하루는 바로 안성시가 직원들의 자녀 돌봄 부담을 줄이고 안정적인 근무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지난달 31일과 1일 이틀간 시행한 '방학기간 자녀와 함께 출근' 프로그램 덕이다. 이 프로그램은 유치원·어린이집이 일제히 여름방학에 들어가면서 마땅히 아이를 맡기기 어려운 직원들을 시가 기획한 행사다.

아양도서관에서 열린 이 프로그램에는 6~7세 자녀를 둔 시 소속 공무원 12명이 참여했다. 직원들은 사무실로 출근하는 대신 도서관에서 근무시간 동안 원격근무를 했다. 도서관 측은 전래놀이, 보드게임, 요리 활동, 책 읽기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마련했고, 점심시간에는 직원들이 자녀와 함께 식사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A주무관은 "아이와 함께 일터에 나올 수 있어서 마음이 놓인데다 아이도 도서관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며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며 "방학 기간이면 아이 돌봄 문제로 고민이 많은 부모를 위해 육아와 업무를 함께 할 수 있는 이런 자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보라 안성시장은 "직원들의 워라밸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이번 프로그램을 확대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자체팀 정두환 기자 dhjung69@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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