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희기자
파리 오페라 발레단 동양인 최초 에투알(수석 무용수) 박세은이 동료 무용수들과 함께 자신이 직접 기획한 세 번째 갈라 공연을 선보인다. 30일부터 사흘간 예술의전당 오페라 극장에서 '파리 오페라 발레 에투알 갈라 2025'를 공연한다.
박세은은 2021년 에투알로 승급했고 이듬해부터 매년 동료 무용수들과 함께 내한해 갈라 공연을 하고 있다. 2023년에만 출산으로 쉬었을 뿐 2022년과 지난해에 이어 올해 세 번째 갈라 무대를 선보인다. 매년 참여하는 동료 에투알이 늘고 있다. 2022년 첫 번째 무대에서는 자신 포함 5명이었는데, 지난해 6명, 올해 10명으로 늘었다. 2004년부터 20년 넘게 에투알로 활동하고 있는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대표 무용수 마티외 가니오도 올해 무대를 함께한다.
프랑스 파리 오페라 발레단 동양인 최초 에투알(수석 무용수) 박세은이 28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파리 오페라 발레 에투알 갈라 2025' 기자간담회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 제공= 예술의전당]
박세은은 28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에서의 갈라 공연이 발레단 내 인기 공연이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발레단 내에서 한국 갈라 공연 인지도가 굉장히 높아졌다. 에투알들이 다 너무 오고 싶어 한다. 그래서 이번에 10명이 왔다."
간담회에 함께한 에투알 기욤 디오프는 "갈라 공연 기획이 훌륭하고 우리 단원들이 많이 좋아하는 작품들이다. 한국 관객들을 만나는 게 너무 좋고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이 갈라에 참여하고 싶었다"고 했다.
디오프는 3년 연속 한국을 찾았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갈라 공연에 참여하고, 2023년에는 30년 만에 이뤄진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전막 공연(LG아트센터 '지젤') 무대에 섰다. 디오프는 지젤 공연 당시 쉬제(솔리스트)로 무대에 올랐는데, 공연이 끝난 직후 커튼콜 때 에투알 승급 소식을 들어 화제를 모았던 주인공이기도 하다. 디오프는 "한국은 제가 에투알로 승급된 곳이기 때문에 더 의미있는 나라"라고 했다.
갈라 공연 프로그램들이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좋은 작품을 보여주겠다는 박세은과 파리 오페라 발레단 대표의 의지가 일치했기 때문이다. 박세은은 발레단 대표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고 했다.
"너무 좋은 작품인데 저작권이 말도 안되게 비싸거나, 까다로운 조건들이 굉장히 많다. 안무가랑 직접 만나서 리허설을 해야 하는 경우 안무가의 항공료와 호텔 숙박비도 다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정말 좋은 작품은 비싸더라도 보여주자라는 생각이 대표님과 일치했다. 제가 하고 싶은 걸 다 하게 해 주신다."
프랑스 파리 오페라 발레단 에투알 기욤 디오프, 박세은, 마티외 가니오(왼쪽부터)가 28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파리 오페라 발레 에투알 갈라 2025' 기자간담회를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제공= 예술의전당]
박세은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A와 B 두 개 프로그램으로 나눠 공연을 구성했다. 30~31일에는 A 프로그램, 내달 1일에는 B 프로그램을 공연한다.
박세은은 A 프로그램에서 '인 더 나이트'와 '호두까기 인형' 2막 그랑 파드되(2인무), B 프로그램에서 '실비아' 중 실비아와 아민타의 파드되, '잠자는 숲 속의 미녀' 전막 하이라이트 공연에 참여한다.
'인 더 나이트'의 경우 2022년 첫 번째 발레 공연에서 선보였다. 박세은은 "새로운 작품만 보여주고 싶었는데 관객들이 또 보고 싶다고 해서 다시 가져왔다"고 했다.
'인 더 나이트'는 미국 안무가 제롬 로빈스의 작품으로 무용수 세 커플이 쇼팽의 녹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작품이다. 박세은은 "'인 더 나이트' 의상을 특별히 빌려왔다"며 "의상이 좀 약해서 안 빌려주는데 높은 분을 찾아가 특별히 부탁해 허락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박세은은 "1년 동안 무슨 좋은 작품을 보여줄까 고민해서 정말 마음에 드는 작품들을 갖고 왔다"며 "파리 오페라 발레단을 대표하는 좋은 작품들을 준비한 만큼 너무 설레고 행복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