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섭기자
임철영기자
'보좌관 갑질 의혹' 등에 휩싸였던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자진해서 사퇴했다. 현직 국회의원이 장관직에 낙마한 것은 인사청문제도 도입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인사권자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인사청문안 재송부까지 요청하며 임명을 강행할 계획이었지만 여론이 갈수록 악화하자 강 후보자가 정권 부담을 더는 차원에서 스스로 사퇴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강 후보자는 오늘 오후 2시30분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자진 사퇴 의사를 전달했다"며 "비서실장이 이를 이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강 비서실장의 보고를 받고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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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자진 사퇴 결정은 강 후보자가 정권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여론 속에서 이뤄졌다. 강 후보자는 이날 오후 4시 무렵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저를 믿어주시고 기회를 주셨던 이재명 대통령님께도 한없이 죄송한 마음뿐"이라며 "함께 비를 맞아주었던 사랑하는 우리 민주당에도 제가 큰 부담을 지워드렸다"고 말했다.
그간 대통령실과 여당에서는 강 후보자를 임명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해왔다. 대통령실은 지난 20일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하면서도 강 후보자에 대한 임명은 강행하기로 했다. 대통령이 국회에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하는 기한도 법적으로 정해진 열흘에서 대폭 줄인 이틀로 설정했다.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도 임명 기조를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강 후보자의 의혹이 추가로 제기되면서 여론이 사그라지지 않았다. 지난 21일에는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 평가에 대해 '잘한다'고 답한 비율이 처음 떨어졌다는 리얼미터 여론조사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나왔다. 또 이날에는 강 후보자가 국회의원이 되기 전 교수로 활동하면서 5주나 무단으로 결강했다는 비판이 추가로 나왔다.
그러자 범여권에서도 자진 사퇴 목소리가 나왔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 및 27개 여성단체에서 강 후보자에게 자진 사퇴를 요구했고, 정의당·진보당·녹색당도 대통령실 앞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벌였다. 이날에는 당대표 후보인 박찬대 민주당 의원까지 SNS로 "아프지만 누군가는 말해야 하기에 나선다"며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어렵고 힘들지만 결정해야 한다"는 말을 통해 사퇴를 촉구했다.
강 후보자 사퇴를 주장해 온 야당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들에게 "강 후보자는 청문회에 나올 자격조차 없었다"며 "늦었지만 자진 사퇴했다는 점은 인정하고, 앞으로 이재명 정권에서 인사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인사 검증 시스템을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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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은 다음 여가부 후보자를 조속히 찾되 인사 검증 시스템을 점검해보겠다고 얘기했다. 강 대변인은 인사 검증 시스템에 허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절차를 꼼꼼히 그리고 엄밀히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다양한 방법을 통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후보와 임명자를 찾기 위해서 좀 더 철저하게 노력해야 하지 않나라고 살펴볼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국민 여론과 함께 신중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조속함과 함께 엄정함을 좀 더 갖추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강 의원은 SNS를 통해 "저를 믿어주시고 기회를 주셨던 이재명 대통령님께도 한없이 죄송한 마음뿐"이라고 했다. 또 강 의원은 "많이 부족하지만, 모든 것을 쏟아부어 잘해보고 싶었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