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필기자
국내 자동차강판(아연도강판) 생산과 수출, 내수가 미국의 관세 부과이후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과 아시아 지역 수출이 늘어난 결과인데, 후방산업인 자동차 생산이 증가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깜짝 증가세가 추세로 이어질지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대세다.
24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올해 4월과 5월 국내 자동차강판 생산량은 각각 78만108t, 74만4309t으로 전년 동기(70만6646t, 64만4903t) 대비 각각 10.4%, 15.5% 증가했다. 수출은 4월(39만6593t)과 5월(40만153t) 합쳐 79만6746t으로, 전년 동기(72만4301t)보다 10.0% 늘었다. 내수는 두 달간 총 93만8973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2만4340t)보다 1.6% 늘었다.
당초 철강업계는 미국발 관세 영향으로 자동차강판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글로벌 완성차 판매가 둔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미국이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수출과 생산 타격을 우려한 것이다. 그러나 4~5월 수치는 이런 예상을 뒤집었다.
가장 큰 이유는 수출 지형 변화다. 미국 수출은 관세 부과 이후 전년 대비 7%가량 위축됐으나 이 기간 영국·벨기에·스페인 등 유럽국가와 인도·태국·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신흥국은 자동차강판 수출이 확대됐다. 이 가운데 영국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78.53% 늘어나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스페인과 인도네시아는 각각 173.48%, 47.96% 급증했다. 유럽이 우크라이나 전쟁 후 철강 수입선을 다변하고 있는 데다 전기차 생산 확대에 따른 고품질 도금재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아시아에선 자동차 수요 회복세에 힘입어 수입을 늘리는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박사는 "유럽 시장은 코로나19 이후 수요가 정체됐지만 교체 수요가 누적된 상태에서 최근 들어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동남아에선 현대차 등 완성차 업체들의 현지 생산이 확대되면서 철강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철강업계는 다만 이번 흐름이 단기 수요 회복에 따른 일시적 현상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강판 수요가 늘었다고 해서 이를 자동차 생산 확대의 신호로 단정하긴 어렵다"며 "고율 관세 부과 전 물량을 미리 선적하려는 일시적 요인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