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욱기자
미국 정부의 비자 심사 강화 등으로 외국인 유학생들이 학업 중단 위기에 놓인 가운데, 국내 주요 대학들이 인재 유치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11일 연세대학교에 따르면 연세대는 2026학년도 1학기 학부 편입학 상시모집 제도를 신설해 미국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 인재 모집에 나선다. 편입학 전형은 주로 12월에 열리는데, 갑작스럽게 학업이 중단된 미국 대학 유학생들이 언제든지 국내에서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유학생을 위한 맞춤형 교환학생 제도도 도입한다. 연세대는 유학생들이 교환학생 프로그램 등을 통해 한시적으로 연세대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게 하고, 향후 미국 대학으로 복귀 시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미국 대학과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외국인 대학원생에게는 국적 상관없이 장학금 혜택도 제공한다. 연세대는 대학원생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지난달 '연세 외국인 동행 장학금'을 신설해 외국인 일반대학원 정규 학기 재학생 전원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다.
고려대는 보다 폭넓게 인재 유치전에 나선다. 우선 미국 대학 학부생뿐 아니라 대학원생까지 편입학을 지원할 계획이며 구체적인 편입학 모집 시기 등은 내부 조율 중이다. 또 교환학생 프로그램과 동·하계 계절학기로 유학생이 국내에서 학업을 이어가다가 향후 미국 대학으로 되돌아갈 때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전문 연구인력 영입에도 나선다. 고려대는 미국 대학의 우수한 외국인 교원을 특별 초빙 방식으로 채용할 방침이며 이들에게 숙소 등 정주 지원 프로그램도 제공 예정이다. 박사후과정 연구원의 경우 연구 중점 교수로 초빙해 고려대 교원과 협력해 연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울산과학기술원(UN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광주과학기술원(GIST)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이노코어 연구단'을 꾸려 400명의 해외 박사후 연구원 채용을 추진한다. 인공지능(AI), 바이오·에너지·항공우주 등 AI 융합기술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선발된 박사후 연구원에게 연 9000만원 이상의 처우를 보장하고 기업과의 매칭을 통한 추가 지원도 추진할 계획이다.
하버드대학교/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유학생 인재 유치전은 외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홍콩과학기술대학교와 홍콩대학교는 최근 하버드대학교 유학생을 포함해 각각 15명과 16명을 편입학시켰다. 홍콩과기대는 유학생들에게 입학 절차 간소화, 학점 인정 등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으며 홍콩대는 장학금 등 혜택을 내걸었다.
일본은 미국을 떠나는 우수 연구자 영입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를 위해 최소 1억엔(9억4000원) 규모의 긴급 정책 패키지를 논의하고 있으며, 하버드대 등 미국 대학의 유학생 수용·지원 방안을 세울 방침이다.
이처럼 각국 대학들이 유학생 등 인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미국 정부가 유학생의 입국을 제한한 영향이 크다. 미국 대학에 다니거나 입학 예정인 유학생들은 학업 중단 위기에 놓이게 되면서 각국 대학들이 인재 영입의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 5월 하버드대의 학생 및 교환 방문자 프로그램(SEVP) 인증을 취소해 유학생 차단 조치를 본격화했다. 하버드대가 반유대주의 근절 등 교육 정책 변경을 거부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대학은 정부로부터 SEVP 인증을 받아야 유학생들에게 비자 발급에 필요한 '유학생 자격증명서(I-20)'를 발급해줄 수 있다. 미국 정부가 SEVP 인증을 취소하면 유학생들은 미국에 체류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하버드대 신입 유학생들은 미국에 입국할 수 없게 됐으며 재학 중인 유학생은 개별 심사를 받아야 했다.
현재는 매사추세츠 연방법원이 하버드대가 낸 SEVP 인증 취소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하버드대 유학생들과 외국인 연구자들의 기존 체류 자격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아직 미국 정부와 하버드대의 갈등이 봉합되지 않아 미국 내 인재 유출은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