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석기자
최악의 산불로 기록된 올해 3월 말 영남권 일대 '괴물산불'과 관련해 국회입법조사처는 산불 대응 체계의 전면 개편을 제안했다. 산림청은 산불 예방을 하고 진화는 소방청이 맡도록 명확히 분담하고 내화수림 조성을 확대하며, 산불 발생 시 실효성 있는 이재민 지원 체계 마련을 제안했다.
27일 이관후 입법조사처장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반복되는 대형산불과 관련해 전면적인 대응체계 개편을 주장했다. 앞서 경남과 경북, 울산 등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해 183명의 인명피해(사망 27명, 부상 156명)가 발생하고, 1조800억원의 피해가 발생하는 등 천문학적인 피해가 발생했다. 산불은 기상이변 등과 맞물리면서 발생 빈도가 잦아지고 규모가 대형화되는 추세를 보여왔다.
먼저 산불 대응과 관련해 입법조사처는 "단계별로 주관기관·지원기관을 명확히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산불 규모와 발생지에 따라 지휘권이 이양되는 복잡한 체계에서, 예방단계는 산림청, 진화단계는 소방청, 주민대피단계는 지자체, 복구단계는 분야별 전담기관이 맡는 기능별 전문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민 대피와 관련해서도 현장에서 주민 대피가 이어질 수 있도록 지자체의 역할과 책임 강화를 주문했다. 지자체는 지역별 지형과 인구구조, 취약계층 분포 등 각 지역별 특수성과 실제 재난사례를 바탕으로 지역 맞춤형 대피계획을 세우고 훈련 등을 통해 대비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 외에도 동물에 대한 지원체계 마련도 제언했다. 현재 재난관리체계는 사람 중심으로 돼 있어 동물 대피나 구호 체계가 갖춰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재난 시 동물 동반 또는 전용 대피소 구축 관련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불 피해 복구와 관련해서도 대형화되고 있는 산불에 따른 법률 제·개정과 함께 이재민을 위한 임시주택과 관련해 장기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 마련 등을 제안했다. 아울러 산불로 파괴된 마을이 다시 공동체를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 대책을 마련할 것과 피해 주민들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 정신건강을 포함한 건강 관련 대응 체계를 갖출 것도 제안했다.
산불 예방과 관련해서는 대형산불 예방을 위한 조림사업에서 산불에 강한 내화수림(耐火樹林) 조성을 위한 국고 지원 확대와 함께 산불진화를 위한 임도 확충, 드론 감시체계 상시화를 위한 항공안전법 개정, 임업분야 공익직불제 활용을 통한 내화수림 조성 활성화, 자연재난과 사회재난 구분 없는 통합 지원 입법방안 등도 해법으로 제시했다.
입법조사처는 영남권 대형산불과 관련해 정부는 진화 후 복구에 집중하며 책임소재 규명 등에는 소홀했다고 판단해 산불대응연구TF를 구성해 2달여간 현지 답사 등을 거쳐 현 대응체계의 문제점을 점검하고, 개선방안을 모색했다.
이 처장은 "그동안 반복된 정부 대책들의 실효성, 효율성, 현장성을 높일 수 있는 산불 예방, 대응, 복구단계별 입법·정책과제를 제안했다"며 "매년 산불 대응과 피해 지원대책이 반복되지 않도록 쟁점들은 충분한 논의를 통해 혜안을 마련하고, 단계별로 전문기관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 제안들이 최우선으로 반영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