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정일웅기자
무궁화의 잎을 갉아 먹는 해충 '큰붉은잎밤나방(왕붉은잎큰나방)'을 친환경 방식으로 방제하는 기술이 개발돼 상용화됐다.
국립산림과학원은 큰붉은잎밤나방의 성페로몬을 합성·동정한 교미 교란제를 개발해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12일 밝혔다.
큰붉은잎밤나방 성충이 무궁화 나뭇잎에 매달려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큰붉은잎밤나방은 무궁화 잎을 갉아 먹는 해충이다. 교미 교란제는 해충의 성페로몬과 동일한 물질을 인공적으로 대량 방출해 수컷이 암컷을 인지하지 못하게 유도하는 방식으로 해충을 방제하는 역할을 한다.
해충의 짝짓기를 방해해 번식을 차단함으로써 2세대 개체군의 밀도를 낮추는 방식이다. 이를 이용하면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도 해충의 번식을 억제할 수 있다.
특히 산림과학원이 개발한 교미 교란제는 현장 실증시험에서 수컷의 유인이 효과적으로 차단돼 유충에 따른 무궁화 잎의 식엽 피해가 70%가량 감소했다. 이 기술은 효과성과 안정성 모두를 인정받아 특허로 등록된 데 이어 유기농업 자재로도 등록 완료됐다.
산림과학원은 해당 기술을 친환경 방제 전문회사 ㈜에이디에 기술을 이전, 기업이 교미 교란제 제품을 상용화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는 생활권 수목 해충에 적용한 국내 첫 사례로 도심 공원, 가로수 등 농약 사용이 어려운 구역에서의 활용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갖는다.
현재 산림과학원은 무궁화 외에 벚나무 해충인 복숭아유리나방, 동백나무 해충인 차독나방 등 생활권 수목의 해충 방제 연구도 지속해 진행하는 중이다.
산림과학원 산림병해충연구과 김준헌 박사는 "공원과 가로수처럼 불특정 다수가 노출된 구역에서는 농약 살포에 제약이 따르는 만큼, 교미 교란제 같은 친환경 방제 수단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무궁화 해충의 친환경 방제제가 개발된 것을 계기로 많은 사람이 농약의 위해 없이 무궁화를 즐길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