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큰 사건 '김·장'이 손 떼면 '율촌'이 받네

한국 최대 로펌 김·장 법률사무소가 사건을 맡다 물러난 자리에 법무법인 율촌이 선임돼 사건을 진행하는 사례가 최근 심심치 않게 발생했다. 특히 굵직한 사건에서 김·장에서 율촌으로 사건이 넘어가는 사례가 눈에 띄자 '김·장과 율촌이 요새 모종의 밀월 관계에 있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기업들이 경영권 분쟁 등 대형 사건에서 김·장, 광장, 태평양, 세종, 율촌, 화우 등 대형 로펌을 대리인으로 선임하는 경우가 빈번한데, 김·장이 빠진 자리를 '이해 충돌(컨플릭트)' 문제가 없는 율촌이 전략적으로 꿰찬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장, 율촌 로고. 법률신문

대리인 변경과 관련, 최근 가장 주목도가 높았던 사건은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 사건이었다.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 경영권 다툼 중인 고려아연은 2월 '임시 주주총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을 앞두고 대리인단을 김·장에서 율촌으로 바꿨다. 김·장에서 고려아연 측 자문 및 소송을 담당했던 고창현(60·사법연수원 19기) 변호사는 김·장을 퇴사해 율촌과 함께 고려아연 대리인단에 합류했다. 율촌은 고려아연 쪽에서 가처분 사건 등을 승소로 이끌고, 여기서 파생되는 여러 사건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지금까지 수십억 원의 보수를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처분 결과에 불복한 영풍·MBK 연합은 가처분 항고심을 제기하고, 법무법인 YK를 대리인으로 추가 선임했다.

이른바 '컬러 렌즈 대전'도 유사한 사례다. 김·장은 컬러렌즈 예약 앱 서비스를 하는 윙크컴퍼니 쪽에서 형사 고발 사건을 대응해 오다가 최근 '이해 충돌' 사유가 발생해 사건에서 발을 뺐다. 김·장의 고객인 영국계 대형 사모펀드 CVC캐피탈이 2025년 1월 오렌즈 운영사인 스타비젼 지분의 49%를 전량 매수하며 스타비젼의 2대 주주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스타비젼은 윙크의 렌즈 방문예약(픽업) 서비스가 의료기사법 위반이라며 윙크를 고발한 상태다. 김·장이 물러난 자리는 율촌 등이 채웠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도 김·장에서 율촌으로 대리인이 바뀐 사례다. 최 회장은 2024년 1월 노 관장과의 이혼 소송 항소심 첫 변론기일 이틀 전 김·장 변호사들을 대리인으로 추가 선임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가사2부가 2024년 5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1조3800억 원의 재산을 분할하라고 판결하자 상고심에서는 김·장이 물러나고 율촌이 새로 대리인으로 선임됐다.

김·장과 율촌이 최근 함께 형사 사건을 맡는 경우도 눈에 띈다. 두 로펌은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로 2024년 12월 기소된 홍성원 전 삼표산업 대표와 삼표산업 법인의 형사 재판에서 변호인으로 함께 이름을 올렸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선 태평양과 세종이 이미 MBK연합 측 대리인에 이름을 올렸고, 화우는 이미 김·장과 함께 자기주식 취득 금지 가처분에서 고려아연 측을 대리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6대 로펌 중 새롭게 합류할 수 있는 곳은 율촌과 광장뿐이었다"며 "율촌이 다른 로펌보다 상대적으로 컨플릭트 이슈로부터 자유로웠고 그런 부분을 전략적으로 어필한 덕분에 주요 사건에 김·장의 후임으로 참여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간에 떠도는 말처럼 김·장과 율촌이 특별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기업들 입장에서는 컨플릭트 이슈, 업무 퀄리티 유지에 대한 우려 때문에 다른 로펌으로 대리인단을 교체하는 것은 리스크가 큰 결정이라 김·장에서 율촌으로 교체되는 케이스가 아주 많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율촌 관계자도 "특정 로펌과 유대가 있는 것은 아니다"며 "고객이 율촌의 전문성을 보고 선택한 결과"라고 말했다.

홍윤지 법률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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