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다연기자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윤석열 전 대통령이 26일 5차 공판기일에 출석하면서 또다시 침묵을 지켰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3차 공판기일부터 법원 지하주차장이 아닌 지상 출입문을 통해 법정에 들어서 왔지만, 취재진의 질문에 어떤 답변도 하지 않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9일 정오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4차 공판의 오전 재판 종료 후 점심 식사를 위해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5.05.19 사진공동취재단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이날 오전 10시 15분부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사건 3차 공판을 진행한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공판기일에 출석하기 위해 9시 55분께 짙은 남색 양복과 와인색 넥타이를 맨 채 모습을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은 '대선 앞두고 국민께 하실 말씀 없는지', '불법 계엄 아직도 사과할 생각 없는지', '검찰의 비화폰 서버 압수수색 영장 발부 요청 어떻게 생각하는지', '부정선거 영화 왜 봤는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입을 꾹 다물었다. 이후 그는 지지자들을 쳐다본 뒤 미소를 지으며 법정으로 직진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에 군 특수부대를 투입한 이상현 전 육군 특전사령부 1공수여단장(준장)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이 준장은 지난 2월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이 문을 부숴서라도 국회의원을 끌어내라, 전기라도 필요하면 끊으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비상계엄 선포 당일 병력 269명에게 국회 출동을 지시한 뒤 지휘차량에 실탄을 싣고 국회로 출동해 현장을 지휘한 혐의(내란 중요임무 종사·직권남용) 등으로 지난 2월 중앙지역군사법원에 불구속기소 됐다.
한편 재판장인 지귀연 부장판사에 대해 제기된 '룸살롱 접대 의혹'과 관련해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은 민주당이 제보한 내용 등을 근거로 현장 답사 및 관련자 조사 등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다.
지 부장판사는 지난 22일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에 의혹과 관련해 자신의 입장을 밝힌 문서와 이를 입증할 자료 등을 제출했다. 민주당이 공개한 사진 속 동석자들은 모두 법조인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와 관련해 지 부장판사는 친목 모임일 뿐이며 민주당이 주장한 접대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14일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지 부장판사가 1인당 100만~2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나오는 '룸살롱'에서 여러 차례 술을 마셨고 단 한 번도 그 판사가 돈을 낸 적이 없다는 구체적인 제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지 부장판사는 지난 19일 4차 공판 시작에 앞서 직접 "사실이 아니다"고 정면 반박했다. 그는 "평소 삼겹살에 소맥 마시며 지내고 있다. 의혹 제기 내용은 사실이 아니고 그런데 가서 접대받는단 생각 해본 적도 없다"며 "재판부는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지 부장판사의 발언 이후 민주당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지 부장판사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유흥업소 내부 사진과 지 부장판사가 동석자 두 명과 나란히 앉아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다만 민주당은 발생 비용, 대납 여부, 결제 주체 등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