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훈기자
올 가을 삼성에피스홀딩스(삼성바이오에피스 편입)가 출범함에 따라 국내 바이오 신약 산업이 삼성에피스홀딩스와 셀트리온 중심의 명실상부한 '투톱' 체제로 재편된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와 신약 개발이라는 투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는 두 기업의 글로벌 공략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26일 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인적분할로 신설되는 삼성에피스홀딩스의 예상 시가총액은 약 25조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총은 72조3128억원 수준인데 각각의 순자산가액을 기준으로 평가해 약 65대 35의 비율로 분할된다. 이를 산술적으로 매기면 이같은 시총이 나온다. 이번 분할로 신약· 파이프라인이 재평가 받으며 기업 가치 상승도 기대된다.
이같은 규모는 국내 바이오업계 선구자인 셀트리온(약 34조원)을 쫓아가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두 기업이 국내 바이오업계 1, 2위 자리를 굳건히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3조5573억원으로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4920억원을 달성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빠르게 실적을 끌어올리고 있다. 5년전인 2020년 매출 7774억원, 영업이익 1450억원이었는데 4년만인 지난해 매출 1조 5377억원, 영업이익 4354억원으로 2배 넘게 성장했다.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 삼성에피스홀딩스와 셀트리온은 글로벌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은 모두 각각 미국(10종)과 유럽(11종)에서 가장 많은 항체 바이오시밀러 품목허가를 획득한 상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SB27'을 비롯해 미공개 상태인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 여러 개를 개발 중이다. 셀트리온은 현재 키트루다, 다잘렉스 등 바이오시밀러와 7개의 미공개 파이프라인을 개발해 2030년까지 총 22개의 바이오시밀러 포트폴리오를 완성할 계획이다.
투트랙 전략을 기반으로 한 신약 개발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두 회사는 바이오시밀러로 다져온 항체 기술력을 발판 삼아 첨단 신약 개발로 사업영역을 확장 중이다. 셀트리온은 올해 1월 미국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메인 무대에서 항체-약물접합체(ADC)와 다중항체 등 신기술 기반 신약 파이프라인 13개의 구체적 개발 일정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2028년까지 9개의 ADC 신약과 4개의 다중표적 항체 신약을 개발해 2029년 첫 제품을 상업화한다는 계획이다. "2030년까지 전체 매출의 40%를 신약에서 창출하겠다"는 비전도 밝혔다.
삼성바이오에피스도 항체약물접합체(ADC)와 유전자 치료제 등 혁신 신약 개발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특히 ADC 분야에서 국내 기업 인투셀과의 협업을 통해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며, 올해 내 임상시험에 진입할 계획이다. 또한 삼성물산·삼성바이오로직스와 공동으로 조성한 '삼성 라이프사이언스 펀드'를 활용해 국내외 유망 바이오 스타트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신약 개발 역량을 외부에서 신속히 확보하고, 중장기적으로 자체 신약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바이오 투톱의 신약 경쟁은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 전반에 여러 긍정적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벤처 투자자금의 바이오 분야 유입을 촉진하고, 후발 기업들의 비즈니스 모델 창출을 자극하는 긍정적 효과도 더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양사는 바이오시밀러 개발과 양산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했고 이를 신약개발의 무대로 옮길 수 있으리라 본다"며 "자금력을 바탕으로 국내외 스타트업 투자, M&A(인수합병) 등이 활성화돼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이 한 단계 점프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