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민기자
제21대 대통령선거의 막판 변수로 떠오른 후보 단일화 문제가 도돌이표 상황이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비롯해 의원들은 단일화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구태 정치'를 우려하며 선을 긋고 있다.
문제는 대선 사전 투표가 8일 앞으로 다가왔고, 투표용지 인쇄 기한이 다가오는 등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향후 단일화 성사 여부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집권을 막기 위한 빅텐트 구성과 보수 개혁이라는 명분에서 누가 우위를 차지하느냐에 달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대선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안철수 의원은 이날 오전 11시40분께 경기 성남시 가천대의 '학식먹자 이준석' 일정에 참여한다. 앞서 안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누구보다도 후보께서 우리 당으로부터 받은 깊은 상처를 잘 알고 있다. 기득권 세력이 후보께 했던 일, 저 역시 똑같이 겪었다"며 회동을 제안한 바 있다. 안 의원 측 인사는 "당장 단일화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대화의 물꼬를 트는 일정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국민의힘 시절, 각각 아픈 기억을 경험한 이 후보와 안 의원의 만남은 그 자체로 관심 대상이다. 다만 이날의 만남이 대선 후보 단일화의 불씨를 살리는 계기가 될 것인지는 지켜볼 대목이다. 6·3 대선이 13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재명 후보 1강 체제 흐름과 김 후보 지지율이 30% 박스권에 머무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단일화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보수 결집과 중도 확장을 위해 필요한 선택지라는 의미다. 특히 오는 25일부터 대선 투표용지 인쇄가 시작되는 만큼 국민의힘에선 24일까지가 '단일화 골든타임'이라는 입장이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지금 이준석 후보는 우리와 다른 갈래에서 우리와 같은 목적을 향해 달리고 있다"며 "우리는 결국 힘을 합쳐야 한다. 보수 본가가 고쳐 쓸 수 없는 집이라면, 그 자리에 더 좋은 집을 새로 짓겠다"고 단일화를 호소했다. 김문수 후보도 지난 19일에 이어 20일에도 "이 후보와 토론하는 걸 보면 우리 둘이 전혀 다른 게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이준석 후보는 단일화에 관해 아직은 선을 긋고 있다. 친윤계가 포진한 국민의힘, 탄핵반대·극우세력과 근절하지 못한 김 후보와 단일화할 경우 자기의 정치 상품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판단도 담겨 있다.
이준석 후보 측 관계자는 "김 후보로 단일화하는 것은 이 후보가 정치적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이라며 "탄핵에 반대한 세력과 함께한다면 기존에 이 후보를 지지하던 유권자들도 떠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19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약자와 동행하는 서울 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마친 후 악수하고 있다. 2025.5.19 김현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