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기자
"우리는 삶의 대부분을 열악한 공기가 가득 찬 실내에서 보냅니다. 거대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문제, 우리는 눈에 보이는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탄광의 카나리아'라는 오래된 이야기를 우연히 접했고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한스 아우구스텐보그 버디(Birdie) 대표는 최근 아시아경제와 서면 인터뷰에서 실내 대기질 측정 제품 '버디'가 탄생하게 된 배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버디는 노란색 깃털을 가진 작은 새 카나리아를 본떠 만들었다. 과거 탄광에서 유해가스 질식으로 인한 광부들의 사망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호흡기가 약한 카나리아를 새장에 넣어 들고 다녔던 일화에서 착안해 만든 발명품이다.
버디의 공동창업자인 안드레아스가 작동 중인 버디의 모습을 따라하면서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Birdie
버디 안에는 이산화탄소를 측정할 수 있는 센서가 달려 있다. 만약 이산화탄소 농도가 1000ppm 이상으로 10분간 유지되면 버디는 마치 죽은 새처럼 거꾸로 매달린다. 창문을 열어 이산화탄소 농도가 다시 800ppm 이하로 떨어지면 버디는 몸을 일으켜 다시 살아난다. 몸을 반만 일으킨다면 충전이 필요하다는 신호다.
창업 초기에는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만 있었을 뿐 제품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자금이 부족했다. 아우구스텐보그 대표는 "새로운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고, 제조하고, 배포하는 데 얼마나 큰 비용이 드는지 깨달은 후 자금을 모으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 캠페인을 벌였다"고 창업 초기 상황을 회상했다.
2022년 4월 킥스타터에서 처음으로 캠페인을 시작해 버디는 30일 만에 약 50만 달러(약 7억원)를 모으는 데 성공했다. 전 세계 63개국 이상에서 투자금을 지원받았다. 성공적인 모금 결과로 아우구스텐보그와 함께 아이디어를 공유했던 고향 친구 안드레아스는 취미 프로젝트였던 아이템을 사업화하기로 결심한다. 두 창업자는 스타트업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버디를 생산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아우구스텐보그는 레드불, 스와치, 캐논, 칼스버그 등 브랜드 아트 디렉터로 광고업계에 몸담고 있었고, 안드레아스는 은행과 재무부에서 일한 경력을 갖고 있었다.
"인생의 90%를 실내에서 보낸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아우구스텐보그 대표는 "실내 공기 질이 좋지 않은 경우 천식, 두통, 알레르기, 수면 장애의 위험이 커진다"면서 "유럽연합(EU)에서만 8000만 가구가 실내 기후가 좋지 않은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가들은 가장 좋은 해결책 중 하나로 창문을 여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전 세계 보건당국도 하루에 2~3번 창문을 열 것을 권장하고 있다"면서 "버디는 건강한 실내 환경을 유지하는 친절한 알림"이라고 했다.
버디는 30평(100㎡) 면적의 공기 측정이 가능하다. 바닥에서 1.5~2.5m 떨어진 높이에 설치할 수 있는 벽걸이용이다. 3시간30분 충전하면 최대 6개월까지 사용이 가능하다.
버디는 구독자들을 대상으로 실내 공기 질에 대한 정보를 담은 '뉴스레터'를 보내 실내 공간에서의 이산화탄소 농도 관리가 왜 중요한지를 지속해서 상기시키고 있다. 아우구스텐보그 대표는 "실내 기후는 지루하고 종종 복잡한 주제"라면서 "사람들이 실내 기후와 전반적인 건강을 개선하는 방법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도우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덴마크에서 출발한 버디는 창업 3년 만에 신규 진출 국가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실내 공기질 개선에 대한 소비자들의 니즈와 전 세계 무료 배송 서비스는 기업 몸집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현재까지 72개국에서 5만개(제품 1개당 판매가 30만~40만원)가 넘는 버디가 판매됐다.
두 사람이 시작한 회사는 현재 직원 12명을 두고 있으며 매출은 3년 연속 100% 성장했다. 한국 시장에서도 인플루언서들을 통해 트렌디하면서도 일상생활 속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제품으로 알려져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