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일상이 궁금해?' 90세 유튜버 할머니의 유쾌한 인생[일본人사이드]

17만 구독자 보유한 유튜버 다라 미치코씨
코로나19 팬데믹에 유튜브보다 관심
요리·뜨개질 등 일상 영상 업로드

요즘 어르신 유튜버들이 늘어났는데요. 삶의 지혜나 이런 것들을 말씀해주시는 것을 보면 세월이 만들어주는 노련함은 감히 따라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도 손녀와 함께 이러저러한 콘텐츠를 만드는 '박막례 할머니' 유튜브가 인기를 끄는 것처럼, 일본에도 요즘 뜨는 90세 할머니 유튜버가 있습니다. 17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인데요. 오늘은 유튜브 채널 'Earth 오바챤네루'를 운영하는 90세 다라 미치코씨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다라씨는 10년 전 남편이 먼저 떠난 후 혼자 살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어디 나갈 수도 없으니 스마트TV를 구매하게 됐다는데요. 이때 이것저것 다양한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게 됐다고 합니다. 그러다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해요. 그래서 유튜브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할 수 있냐고 손자에게 물었다고 합니다.

타라 미치코씨. Earthおばあちゃんねる 유튜브.

손자는 영상 촬영과 편집을 맡아주겠다며 흔쾌히 할머니의 부탁을 들어주죠. 그렇게 4년 전 올린 첫 영상이 '85세 독거노인의 일상'인데요. 아들과 손자가 오랜만에 할머니 집을 방문해 집밥을 준비해 차리는 영상이었죠. 자막 없이 할머니가 식사를 준비하는 영상이고, 촬영도 엉성해 어지러울 정도인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습니다. '멋있어서 눈물이 난다. 혼자 나이 든다는 것이 불안했는데, 생각이 바뀌었다'는 것부터 '85세라니 멋지다. 저는 82세인데 선배님에게 많은 것을 배우겠습니다'라는 댓글들이 달렸습니다.

이를 계기로 꾸준히 영상을 업로드하게 되는데요. 85세 할머니의 오코노미야키 만들기, 초밥 만들기 등 레시피 영상부터 시작해 그림 그리기 등 취미생활도 보여주게 됩니다. 그리고 '85세 할머니가 사는 집 소개'라며 룸 투어 영상까지 올리는 등 점차 콘텐츠를 다양하게 늘려가는데요. 손자의 촬영과 편집도 점차 진화해 이제는 '아스군'으로 영상에 등장해 질문 등을 던지며 영상의 재미를 살려주고 있죠. 최근에는 요리하는 영상이나 뜨개질하는 영상을 ASMR로 만들기도 하고, 직접 만든 도시락으로 꽃구경을 가는 영상, 구독자와의 Q&A 등도 올리셨더라고요. 정갈하고 깔끔한 모습에 '치유계 영상'으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타라씨의 유튜브 채널 'Earthおばあちゃんねる'.

이렇게 입소문이 나면서 NHK와도 인터뷰를 진행했는데요. 계속해서 유튜브에 영상을 업로드하는 까닭에 대해서 "멀리 떨어진 친척들이나 친구들에게 잘 지내고 있다는 안부인사와도 같다"면서 "나중에 내가 세상을 떠난 뒤 사람들이 다 같이 보고 추억해주면 좋을 것 같아서 계속 올리고 있다"라고 솔직하게 말씀하시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죽을 때도 침대에서 누워서 유튜브 보고 있을 것 같다"고 말하니 손자가 옆에서 "그것까지 찍어서 유튜브에 올려드리는 것이 이 채널의 취지와 맞다"고 맞장구를 치기도 했는데요.

유튜브 채널 4주년 영상에서 다라씨는 "이 나이 먹고 이렇게 또 즐거운 일이 생길 줄은 상상도 못했다"면서 "역시 해보고 싶은 일은 해봐야 되는 것 같다. 안 맞으면 그때 그만두면 되니까"라고 말했습니다. 참 인상 깊은 이야기인데요. 즐거운 일이 이어지는 90세, 멋지게 나이 드는 법에 대해 고민해보게 됩니다.

기획취재부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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