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미국차 안 팔린다' 관세 부과한 트럼프의 억지

미국이 3일(현지시간) 수입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곧바로 현지 차값을 끌어올릴 것이란 관측이 쏟아진다. 최소 5000달러(한화 726만원)에서 최대 1만2200달러(1790만원) 오를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철강, 차는 물론 수입품에 대한 보편관세와 70여개국을 상대로 상호관세에 이르는 큰 그림이 그려졌다. 한국도 25%에 달하는 관세를 받게 됐다. 수십 년 이어온 세계무역기구(WTO)와 자유무역협정(FTA)는 사실상 백지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 소비재 가격을 올리면서까지 자국 내 생산을 늘려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자국 이익만 챙기는 모습을 백번 양보해 이해할 수 있다고 치더라도 과연 의도한 결과를 얻을지는 두고 볼 노릇이다.

다만 자랑스레 관세를 흔들며 한국의 비관세 장벽으로 인해 미국산 차가 팔리지 않는다고 핑계 대는 것은 다분히 억지스러워 동의하기 어렵다. 백악관이 내놓은 팩트시트를 보면 "한국은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의 시장 접근을 저해하고 있다"며 "미국이 인정하는 특정 기준을 인정하지 않고, 인증을 중복 요구하며, 투명성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역시 마찬가지로 동의하기 어렵다.

미국 주장을 따져보려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지난해 내놓은 무역장벽보고서(NTE)를 살펴봐야 한다. USTR은 자동차와 관련해 대표적으로 배기가스 관련 규제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에서 자동차를 판매하려면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의 자동차 배출가스 및 소음 인증을 받아야 한다. 미국산뿐 아니라 국산이나 다른 나라 자동차도 동일 기준을 적용받는다. 미국에만 불합리하지 않다.

특히 USTR은 인증 과정에서 '변경인증'과 '변경보고'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법 조항을 들여다보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작년 7월 개정된 대기환경보전법을 보면 사전에 인증받은 차에 한해 '중대한 변경'이 있는 경우 '변경인증'을 받아야 한다. 중대한 변경의 의미는 환경부 고시(제2024-261호)에 있는데 '배출가스 관련 부품을 변경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즉, 배출가스 인증을 받은 후 관련 부품을 바꿨다면 배출가스가 늘거나 줄 수 있으니 '변경인증'을 받으라는 것이다. 그 외 나머지 변경 내용은 '변경보고'만 하면 된다. 포털 검색으로 10분도 안 걸려 확인할 수 있는데, 유수의 미국 자동차 회사가 이를 어려워한다는 점을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미국산 자동차가 국내 시장에서 잘 팔리지 않는다는 것도 옛말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미국산 자동차 4만879대가 팔리며 역대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1분기에도 7278대가 팔려 전체 수입차 시장의 12%를 차지했는데, 2020~2023년 평균 시장점유율 9.5%를 웃도는 실적이다.

국내 소비자들이 미국산 자동차에 가진 인식을 보자. 투박한 디자인, 저급한 인테리어 마감, 부족한 편의사항 등 단점으로 꼽히고, 내구성과 품질에서 일본·독일차보다 떨어진다고 평가받는다. 테슬라를 빼면 주목할만한 친환경 차도 없다. 한국 시장에서 많이 팔려면 우선 잘 팔리는 차를 내놓기를 권한다.

미국의 논리라면 미국을 겨냥해 전략 모델을 개발하고 다양한 판촉 활동을 펼치는 국내 기업의 노력은 어떻게 보상받아야 할까. 선을 넘어도 한참 넘는 미국의 '억지 주장'에 슬기롭게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이 시급하다.

산업IT부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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