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기자
지난해 12월의 어느 날 깊은 밤, 경기 의정부에 있는 튼튼어린이병원에 호흡이 잘 안 되는 생후 5개월의 아기가 실려 왔다. 중환자실이 없는 이 병원에서 즉각적인 치료가 어렵다고 판단한 의료진은 응급 처치를 하면서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아 수십통의 전화를 돌렸다.
하지만 응급·중증 소아환자를 받겠다는 병원은 쉽게 나타나지 않았고, 결국 두 시간여를 지체한 끝에 자정이 지나서야 경기 남부의 한 상급종합병원으로 아기를 전원시킬 수 있었다.
지난 13일 경기 의정부에 위치한 튼튼어린이병원에서 최용재 병원장이 소아중환자실에 설치될 의료장비들의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최태원 기자
"소아 중환자가 병원을 찾아왔으나 적시에 전원을 못 시키는 일이 한두 주에 한 번씩은 꼭 발생해요. 골든타임을 놓친 환자가 끝내 사망하는 일이 곧 벌어질 수도 있겠구나 싶었죠."
13일 병원에서 만난 최용재 원장은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가뜩이나 수년째 상급종합병원에선 전공의들이 소아청소년과를 지원하지 않고 기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마저 이탈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고민 끝에 최 원장이 내린 결정은 아예 자신의 병원에 응급 치료시설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최 원장은 조금씩 모양을 갖춰가는 중환자실과 응급치료 장비들을 기자에게 정성껏 소개했다. 다음 달 중순께부터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최 원장은 설명했다.
튼튼어린이병원의 소아 중환자실은 3개 병상 규모로 운영될 예정이다. 최첨단 의료기기와 장비도 도입했다. 특히 고유량 산소치료기는 일반적인 산소 공급량보다 더 많은 양의 산소를 안정적으로 공급한다. 폐렴과 천식,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감염 등으로 인한 호흡 곤란을 완화하는데 탁월한 효능을 보여 준중증 및 중증 호흡기질환을 전담할 치료 장비다.
전열교환 방식 공기 정화시설은 환자의 안전을 위해 바이러스 및 유해 물질을 효과적으로 차단함으로써 감염 위험을 줄여준다. 최 원장은 정밀의학센터 또한 신설해 급성기 질환뿐만 아니라 비만과 고지혈증, 2형 당뇨 등 성인병형 만성질환을 앓는 소아환자들도 최종 치료가 가능하도록 준비했다.
여기에 들어간 돈은 수십 억원 규모다. 전부 최 원장이 직접 조달했다.
최 원장은 "소아의료 체계는 계속 붕괴하고 있는데 회생 가능성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특별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한 어려움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 당국과 의료계가 시급히 소아의료 정상화를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중환자실 운영은 적자가 날 수밖에 없고, 의사 개인의 선의에만 어린 생명을 맡기는 것은 이 사회가 너무 무책임한 것"이라며 "책임 있는 어른들이, 아이들을 위한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