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사상 최대 실적에도 14% 폭락…'신작 터져야 산다'

지난해 매출 2조, 영업이익 1조원 첫 돌파
신작 게임 흥행 회의론에 주가 14% 급락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크래프톤이 또다시 증명의 시간을 맞이했다. 간판 게임 '배틀그라운드'의 흥행으로 연 매출 '2조원 클럽' 가입에 성공했으나 성장을 이어갈 차기 주자의 부재에 주가는 주저앉았다. 크래프톤이 곧 출시를 앞둔 신작들을 통해 아직 성장판이 건재함을 보여줄지 관심이 쏠린다.

앞서 크래프톤은 지난해 연간 연결기준 매출 2조7098억원, 영업이익 1조1825억원을 달성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조원, 1조원대 벽을 넘어선 것이다. 신기록을 견인한 주인공은 생존형 게임의 대명사가 된 'PUBG: 배틀그라운드'로 지난해 최대 동시접속자 89만명을 돌파한 글로벌 히트작이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냉랭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크래프톤의 주가는 전일 대비 14% 폭락한 32만2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0일 장중 39만원까지 치솟으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한 이후 3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KODEX 게임산업(-5.80%), HANARO Fn K-게임(-6.34%), TIGER 게임TOP10(-5.17%) 등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들도 줄줄이 급락했다. 올해 들어 이달 11일까지는 개인이 1093억원어치를 순매도하고 외국인과 기관은 담는 분위기였으나 전날엔 외국인과 기관마저 각각 705억원, 637억원을 팔아치우며 순매도 2위를 기록했다.

주가 약세 배경에는 크래프톤의 성장세가 지속 가능할지에 대한 회의론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강석오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배틀그라운드가 견조한 트래픽을 유지하고 있어 향후 안정적 매출이 기대된다"면서도 "배틀그라운드 외에 신작을 통한 개발·퍼블리싱 역량이 증명되지 않아 밸류에이션 확장이 어렵다"며 투자의견을 하향했다. 아직 배틀그라운드에 견줄만한 대형 지식재산권(IP)를 추가로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20배 수준에 이르는 주가수익비율(PER)이 주가 상승 여력을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배틀그라운드에 대한 지나친 의존 탈피는 크래프톤 역시 신경 쓰고 있는 문제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지난 11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크래프톤의 핵심 비즈니스인 게임 사업의 성장은 결국 빅 프랜차이즈 IP 확보"라며 향후 5년간 신작 제작비 최대 1조5000억원을 투입해 매출 7조원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7조원 중 60%는 배틀그라운드에서, 40%는 신규 IP를 통해 창출하겠다는 목표다.

증권가에선 내달 28일 출시(얼리 액세스)를 앞둔 신작 게임 '인조이(INZOI)'의 성과가 분수령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인조이를 필두로 다크앤다커 모바일, 서브노티카2, 딩컴투게더 등 2025년에는 4종의 자체 개발작이 출시 예정"이라며 "특히 '심즈' 시리즈 이후 공백기가 지속되고 있는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부문에 출사표를 던진 인조이는 현재 스팀 위시리스트 5위에 오르는 등 이용자들의 관심이 계속 유입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인조이는 크래프톤이 공을 들이고 있는 CPC(Co-Playable Character)가 '게임 체인저'로 발돋움할 수 있을지 가늠해볼 시험대이기도 하다. 크래프톤이 엔비디아와 공동개발 중인 CPC는 주어진 시나리오대로만 행동하는 기존 NPC(Non-Player Character)와 달리 이용자와 유연하게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는 캐릭터다. 김 대표는 최근 방한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CPC 개발 협력을 논의하기도 했다.

증권자본시장부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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