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김평화기자
세종=조유진기자
12월 소비자물가가 1.9% 오르며 넉 달 연속 1%대 흐름을 이어갔다. 다만 환율 상승 영향으로 석유류 물가가 오르는 등 전월보다 물가 상승 요인이 늘었다.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3%로 4년 만에 가장 낮았지만 농산물 물가는 가파르게 올랐다. 정부는 내년 물가 상승률이 올해보다 낮을 것으로 봤지만, 다음 달의 경우 이달보다 상방 압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4.91(2020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1.9%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9월(1.6%) 이후 넉 달째 1%대의 낮은 흐름을 보였다. 다만 10월(1.3%)과 지난달(1.5%)에 이어 이달까지 상승 폭은 다소 커진 모습이다.
이는 서비스(2.1%)와 공업제품(1.4%), 농축수산물(2.6%), 전기·가스·수도(3.0%) 등 전반적인 물가가 전년 동월보다 상승했기 때문이다. 특히 석유류와 농산물, 가공식품 영향이 컸다. 석유류 물가 상승률은 1.0%로 전월(-5.3%)에 비해 오름세가 확대됐다. 농산물은 지난달 0.3%에서 이달 2.6%로, 가공식품은 1.3%에서 2.0%로 상승했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는 환율 영향과 전년도 하락에 대한 기저 효과, 유류세 변화로 상승 전환했다"면서 "농산물은 작황 부진, 출하량 감소로 상승 폭이 확대했고 가공식품은 빵, 커피, 비스킷, 생수 등 일부 품목의 출고가가 인상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가파르게 오른 환율이 아직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지만, 향후 물가에 추가로 반영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공 심의관은 "이달에 석유류는 (환율)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고 그 외 품목은 시차를 두고 반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지수인 식료품및에너지제외지수(111.59)는 이달에 전년 동월 대비 1.8% 상승했다.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알 수 있는 국내 근원물가지수인 농산물및석유류제외지수(113.46)는 1.8% 올랐다. 소비자 체감도가 높은 생활물가지수(117.34)는 2.2% 올라 비교적 오름세가 두드러졌다.
연간으로 보면 올해 소비자물가지수(114.18)는 전년보다 2.3% 상승하며 2020년(0.5%)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2022년 5.1%까지 뛰었지만 지난해 3.6%로 낮아진 뒤 올해 2%대에 머물렀다. 석유류 하락 폭이 줄고 농산물 물가 상승이 이어졌지만 나머지 품목에서 지난해보다 상승률이 둔화한 데 따른 결과다. 올해 식료품및에너지제외지수가 2.2%, 농산물및석유류제외지수는 2.1%, 생활물가지수는 2.7% 상승했다.
과일과 채소 등을 포함하는 신선식품지수는 9.8% 올라 2010년(21.3%) 이후 1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특히 신선과실 물가 상승률이 올해 17.1%로 2004년(24.3%) 이후 20년 만에 최고로 상승했다. 농산물의 경우 2010년(13.5%) 이후 14년 만에 가장 크게 오른 10.4%를 기록했다.
정부는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국제 유가 상승세 둔화와 근원물가 안정 등의 영향으로 올해보다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음 달에는 석유류 기저효과, 설 성수품 수요 등으로 이달보다 상방 압력이 커질 것으로 봤다. 기획재정부는 "내년도 물가 안정세 정착을 위해 농축수산물 할인지원과 에너지·농식품 바우처 지원, 주요 식품원료 할당관세 지원 등의 정책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