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끌어안는 미국의 빅테크들[에너지토피아]

AI서비스 위해 전기 대량 필요
현실적으로 원전 사용할수밖에
탈탄소 전략 변화 움직임

최근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미국의 메타플랫폼은 자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원자력발전 사업자 입찰을 실시하기 위한 제안요청서(RFP)를 공개했다. 2030년대 초부터 미국에서 1~4GW 용량의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해줄 원자력발전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메타는 "핵에너지가 더 깨끗하고 더 안전하고 다양한 전력망 전환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글,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의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들은 일찌감치 RE100 동참을 선언했다. RE100은 2050년까지 필요 전력의 100%를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사용하겠다는 글로벌 민간 캠페인이다. 진보적 환경 단체들은 한국 정부와 기업들에도 RE100 참여를 압박했다. 지금까지 국내 36개 기업이 이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전 세계 가입 기업 수(447개)의 약 8%가 한국 기업이다.

그렇게 재생에너지를 강조하던 미국 빅테크들의 탈탄소 전략에 서서히 변화가 일고 있다. 원전에 대해서도 열린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인공지능(AI)이 있다. AI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 데이터센터를 늘려야 한다.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양의 전기가 필요한데 기존의 재생 에너지만으로는 부족하다. 자연스럽게 원전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감안할 때 원전이라는 현실적 대안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메타 이전에 이미 MS와 아마존, 구글이 원전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MS는 지난 9월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섬의 휴면 중인 원전을 재가동해 20년간 전력을 장기 구매키로 했다. 아마존은 10월에 소형모듈원전(SMR)과 관련한 3건의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워싱턴주의 공공 유틸리티 기업인 에너지노스웨스트의 SMR 건설 자금을 지원하고 SMR에 들어가는 첨단 원자로 개발 기업 엑스에너지에도 투자한다. 또 버지니아주 유틸리티 기업인 도미니언에너지와 SMR을 건설하기로 했다. 구글도 미국 스타트업 카이로스파워와 SMR 전력을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구글은 카이로스파워가 운영하는 6~7기의 SMR로부터 500㎿의 전력을 공급받기로 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메타도 결국 합류한 것이다. 메타의 RFP 공고문을 보면 원전이 ‘깨끗한 에너지’고 자사의 지속가능경영에는 변함이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원전 반대론자를 염두에 둔 문구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상대적으로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국가다. 그런데도 데이터센터의 수가 많이 늘어나고 무탄소 기저 전원에 대한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원전이 필요해진 것이다. 현장에서 만난 한 글로벌 빅테크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원전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서구에서 원전에 다시 눈길을 돌리는 것은 중국에 대한 견제 심리도 작용하고 있다. 태양광 패널의 주원료인 폴리실리콘의 90% 이상을 중국이 생산한다. 저렴한 중국산 태양광 패널 덕에 전 세계 태양광이 급속히 확대됐지만 한편으로는 공급망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 러시아산 천연가스처럼 중국산 태양광 패널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는 언제든지 에너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자원이 부족한 대표적인 국가다. 미국처럼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곳에서도 원전을 다시 돌아보고 있다. 원전에 대한 지나친 공포감을 조성하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이 더 바람직해 보인다.

산업IT부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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