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길기자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고려아연 지분을 추가로 사들이며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 등 핵심기술인력들은 앞서 "MBK가 고려아연을 경영하면 전원 퇴사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는데, 해외 기업 이직이 현실화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2차전지 핵심소재인 전구체 원천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만큼 인력 이탈이 발생할 경우 제련산업 경쟁력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MBK 인수가 현실화하면 기술인력 이탈이 이어질 것을 우려하면서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도 손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다음달 임시주주총회 대결을 앞두고 주주들을 설득하는 최대 포인트다.
법조계에선 전구체 제조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도 기술인력 이직이 불가능하진 않다고 본다. 회사와 퇴사 후 일정 기간 경쟁업체에 취업하거나 관련 분야 창업을 하지 못하게 하는 동종업계 이직금지에 서약을 하더라도 이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동전문 변호사는 "많은 기업들이 고위 경영진이나 연구원을 상대로 이직 금지 서약을 하도록 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서약이 이직을 원천적으로 방지하지는 못하며 대신 회사는 서약을 토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옮길 수 있지만 기술 유출 정황이 있다면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3월 SK하이닉스가 미국 마이크론으로 이직한 전직 연구원을 상대로 전직 가처분 신청을 제기, 법원에서 이를 인용한 사례가 있다. 당시 재판부는 "연구원 A씨가 취득한 정보가 유출될 경우 마이크론은 동종 분야에서 SK하이닉스와 동등한 사업 능력을 갖추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상당 기간 단축할 수 있고, SK하이닉스는 경쟁력을 상당 부분 훼손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판결했다.
소송이 진행될 경우 회사 기술을 유출했는지 또는 기술이 가진 독창성 등은 따져봐야 한다. 아연 제련기술은 청동기부터 상용화된 만큼 고려아연 고유의 기술로 볼 수 없다는 반박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MBK의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 시도가 ‘외국인 투자’에 해당하는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MBK를 설립한 김병주 회장과 부재훈 부회장 등 핵심 인력은 미국 국적이다. 국가첨단전략산업법 제13조 1항에 따르면 국가전략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국외 인수·합병·합작 투자 등 외국인 투자를 진행하려면 산업부 장관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