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현기자
연말 발표 예정이었던 실손보험 개혁안이 결국 해를 넘길 전망이다. 12·3 비상계엄과 탄핵정국 여파로 '반쪽짜리' 개혁안이 나올 것으로 우려되자 일정대로 발표하겠다던 금융당국도 입장을 바꿨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전날 보험권 학계·유관기관·연구기관·보험사·협회 등과 제5차 보험개혁회의를 개최했다. 보험업권 주요 과제를 놓고 올해 열리는 마지막 회의였다. 이날 회의에서 실손보험 개혁안도 의제로 올랐으나 논의가 진전되지는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보험업권 한 인사는 "실손보험 개혁안 논의는 길지 않았다"면서 "이달 안에 발표될지도 미지수"라고 전했다.
실손보험 개혁은 금융당국·보험업계 주도의 보험개혁회의와 보건당국·의료계 중심의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동시에 진행 중인 사안이다. 금융당국은 실손보험 제도 자체에 대한 개선을 맡았고 보건당국은 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비급여 관련 개혁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비상계엄 당시 내려진 포고령에 '전공의 처단'이라는 표현을 두고 의개특위에 참여했던 의사 관련 단체 3곳이 참여를 중단하면서 보건당국 쪽 주요 회의 일정이 올스톱됐다. 오는 19일로 예정됐던 공청회 개최 여부도 불투명하다. 공청회는 실손보험 개혁안 발표 전 의료·보험업계가 진행하는 최종 의견수렴 절차다.
당초 금융당국은 보건당국 쪽 상황과 관계없이 실손보험 개혁안을 연내 발표한다는 입장이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9일 열린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실손보험 개혁 등 이달 발표하기로 한 대책을 일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하지만 비급여 관리 대책이 빠진 실손보험 개혁안에 회의적인 시선이 쏟아지자 발표를 미룬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16일 "실손보험 개혁안 발표는 보건복지부와 조율 중"이라고 말했지만, 노연홍 의개특위 위원장은 비급여·실손보험 개편 등이 포함된 2차 의료개혁 방안의 연내 발표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혀 사실상 발표는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보험업계에서는 숙원이었던 실손보험 개혁안 발표가 늦춰지는 것에 대해 아쉽다는 반응이다. 다만 비급여 표준화와 병행치료 제한, 금융위·복지부 사전협의제 도입, 실손보험 관리 전문기구 설립 등 애초에 실손보험 개혁안과 비급여 관리 방안을 분리하기 어려웠던 만큼 더 정교해진 대책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의료계와 각을 세웠던 대통령이 탄핵됐고 비상계엄 관련 인사들도 조사를 받고 있어 의료계도 조만간 돌아오지 않겠나"라며 "오래 논의해왔던 사안인 만큼 더 길어질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