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격변 뒷수습에 경제수장 분주…'탄핵 가결'로 시장안정 새 국면 열리나

최상목 부총리, 탄핵 표결 후 리스크 완화 신호
F4회의 연일 가동하며 시장안정 총력전
연말 경제정책방향 앞당기고 대외신인도 관리 '올인'
당국 수장들 해외 인터뷰·면담 통해 글로벌 소통도 강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왼쪽부터)이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 별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계엄사태부터 대통령 탄핵 국면을 거치며 정국 격변 속 경제수장들이 시장 안정화를 위한 강도 높은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주간 이어진 혼란 속에서 경제·금융당국은 주말도 반납한 채 대내외 신뢰도 회복을 위한 총력전을 펼쳐오고 있다. 주말 새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며 정치적 리스크가 일정 부분 해소된 상황이지만 경제수장들은 앞으로도 당분간 경계를 늦추지 않을 예정이다.

지난 14일 이뤄진 탄핵 소추안 가결 이후 금융시장은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16일 오전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0원 내린 1431원에 거래를 시작했고, 코스피는 2500선을 회복했다. 외환·금융당국도 신속하게 이러한 시장 안정화 흐름을 대외에 전파하고 있다. 이날 오전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3 경제협력 및 금융안정 포럼'에 참석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개회사에서 “한국의 정치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잘 알고 있지만 한국 경제 시스템은 굳건하고 긴급 대응 체계도 안정적으로 작동 중”이라면서 “지난 주말 수습 절차 측면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을 해소했다”고 강조했다. 몇 달 전부터 예정된 포럼이지만, 시기가 맞물려 시장 안정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회가 된 셈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 부총리는 연일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있지만 당국이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변동성이 점차 줄고 있다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면서 “정치 불안이 경제 심리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려면 반복적이고 일관된 메시지가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 부총리는 포럼 전 리 코우칭 아세안+3 거시경제조사기구(AMRO) 소장과 만나서도 “기재부가 중심이 돼 총력을 다해 경제를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할 것”이라며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와 정부가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경제의 안정감을 강조했다. 이번 사태가 대외 신인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경제가 안정적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일관된 메시지 전파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최 부총리는 이날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에서도 “국고채 금리는 안정된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외환시장은 변동폭을 줄여나가는 모습”이라고 했다.

내년도 경제정책방향도 연내 발표하기로 앞당겼다. 최 부총리는 탄핵이 결정된 15일 오후 긴급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해 대외신인도 유지, 통상 불확실성 대응, 산업체질 개선, 민생 안정 등 4대 정책방향을 담은 2025년 경제정책방향을 이달 중 내놓기로 했다. 당초 경제정책방향은 계엄 사태 여파로 발표 시점이 정해지지 않으면서 내년으로 미뤄질 것으로 예측됐었다. 하지만 정치적 혼란이 증폭되면서 어느 때보다 변수가 커진 상황에서 빠른 뒷수습을 위해 정책의 중심축을 세워야 한다는 판단이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 부총리를 포함한 그간 경제수장들의 시장 안정화 행보는 이례적인 수준이었다. F4회의는 계엄 사태 이후 2주간 토요일 두 차례를 제외하고 매일같이 가동돼 시장 동향을 면밀히 점검해왔다. 금감원은 통상 월 1회 개최하던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이틀에 한 번꼴로 개최하는 등 강도 높은 대응에 나섰다.

글로벌 금융권과의 소통도 한층 강화됐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계엄사태 이후 세 차례 직접 외신 인터뷰에 나서 "경제 이슈는 정치적 상황과 독립된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 "한국의 견고한 시장 기초체력과 성숙한 민주주의 체제를 고려할 때 정치·경제의 분리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감원장은 S&P·무디스 등 주요 글로벌 신용평가사 대표들과의 간담회를 진행하고, 주한 영국·일본 대사와 면담하며 한국 금융시장의 안정성과 밸류업 정책 추진 현황을 설명하는 등 대외 신인도 제고에 주력했다. 향후 일본 금융청 장관과의 면담도 예정돼 있어 글로벌 금융권과의 교류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된 만큼 점진적인 안정을 찾아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주요 증권사들은 탄핵 가결로 정치적 리스크가 일정 부분 해소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금융시장은 내년 하반기 신정부 출범에 따른 정부 지출 확대 가능성과 정치적 회복 탄력성, 자본시장 안정화에 주목할 것"이라며 "주식시장은 내수 부양 기대감을 반영해 상승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아직 경계를 늦출 단계는 아닌 만큼 당국의 시장 안정화 드라이브는 지속될 전망이다. 최근 정치 상황과 미국 신정부 출범 등에 따른 대내외 변수가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F4회의를 중심으로 금융·외환시장 전방위 모니터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김 위원장도 16일 과장급까지 참여하는 확대 간부회의를 열어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국내외 금융사·투자자 등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주문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향방과 중국발 리스크 등 대외 변수들의 파급효과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당국 관계자는 "이번 탄핵 가결 상황이 대외적으로 불확실성 해소와 경제가 정상화되는 방향으로 해석된다면 긍정적"이라면서도 "여건의 변동성이 여전한 만큼 해외 투자자들의 시각 등은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금융부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세종중부취재본부 세종=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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