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美 달러 랠리 꺾인다'…월가서 弱달러 전망 잇달아

모건스탠리, JP모건 등 달러 약세 전망
실질금리 하락·위험 선호 심리 부활 영향
트럼플레이션·美 통화완화 속도 조절 등 변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급등한 달러화 가치가 내년 중반 정점을 찍고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실질금리 하락과 유럽 등 주요국 경제의 회복 가능성 등이 약달러 전망의 배경으로 꼽혔다. 다만 내년에도 미국의 강력한 경제가 지속되고, 연방준비제도(Fed)가 예고한 대로 금리인하 속도를 늦출 경우 강달러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도 상당하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모건 스탠리, JP모건 체이스, 소시에테 제네랄 등 월가 주요 금융회사들이 내년 달러 약세를 점치고 있다.

모건 스탠리는 1년 뒤인 2025년 12월 달러 가치가 현 수준 아래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JP모건 역시 달러가 이르면 내년 중반 정점을 찍고 하락할 것으로 봤다. 소시에테 제네랄은 달러 가치가 내년 말 6%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예상은 최근 달러 강세 흐름과는 엇갈린다. 블룸버그 달러 현물 지수는 올 들어 지금까지 6.3% 올랐는데, 이 가운데 지난달 5일 치러진 미 대선 이후 상승분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인상, 불법이민 금지 정책 등이 인플레이션을 밀어 올리고 Fed의 통화완화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분석이 고금리 장기화 전망과 달러 강세로 이어졌다.

모건 스탠리는 이 같은 달러화 랠리가 내년 꺾일 것으로 예상하면서 그 이유로 명목금리에서 물가 상승률을 뺀 실질금리 하락과 위험 선호 심리 부활을 들었다. 내년 미 국채 수익률이 내리고 하락폭이 다른 국가 대비 클 것이라 전망하면서, 그간 강달러를 견인해 온 주요국과의 국채 금리 격차 역시 줄어들 것으로 봤다.

시티그룹은 트럼프 당선인의 무역 정책이 실제로 이행되는 과정에서 달러화 강세론자의 실망감이 커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시장 일각에선 트럼프 당선인이 관세를 협상 지렛대로 쓰거나, 교역 상대국이 보복관세로 맞대응하지 않을 경우 무역전쟁으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포인트72 에셋 매니지먼트의 전략가 겸 이코노미스트인 소피아 드로소스는 "달러화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이미 가격에 많이 반영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유럽 등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성장세가 회복될 경우 달러화가 다른 통화 대비 약세를 나타낼 수 있다"며 "내년 글로벌 경제가 강력해질 수 있는 긍정적인 요인들이 있다"고 짚었다.

JP모건은 "Fed가 상당히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시행하고 달러가 상대적인 금리·성장 우위를 잃게 되면 달러화 약세폭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미국 경제가 강세를 지속하고 Fed가 앞서 예고한 대로 내년 통화완화 속도를 늦출 경우 '킹달러'(달러 강세) 행진이 계속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플레이션'(트럼프의 정책이 초래하는 물가 상승) 발생 여부도 달러화 가치의 등락을 가를 주요 변수로 꼽힌다.

국제부 뉴욕(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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