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尹은 갈등 조장자…스스로 '탄핵 스모킹건' 제공'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14일 재표결 끝에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각국 주요 언론은 윤 대통령이 선거 때부터 갈등을 조장하면서 몰락을 자초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비상계엄이란 '도박'이 실패로 돌아가자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를 겪은 청년층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면서 역풍을 맞았다는 지적이다. 외신들은 탄핵안 통과에도 당분간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탄핵 표결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직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운집한 집회 참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허영한 기자

영국 일간 가디언은 '한국 대통령은 어떻게 자신의 몰락을 결정지었나'라는 제목의 해설기사에서 "계엄령 선포는 단순히 치명적인 오산이 아니라 처음부터 어려움을 겪어 온 대통령 임기의 정점"이라고 분석했다. '분열을 조장하는 인물(divisive figure)'인 윤 대통령이 임기 초부터 권위주의적 성향을 보여왔다는 평가다. 대선 과정에서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워 2030 남성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었고, 대선 승리 이후 윤석열 정부를 풍자한 고등학생의 만화작품 '윤석열차'에 공식 경고를 발표했다는 것이다. 또한 2022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자유'를 33차례 언급하면서도 자신에게 불리한 언론 보도엔 소송을 잇달아 제기하는 양면성을 보였다.

김건희 여사 문제도 윤 대통령의 임기에서 부담이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 여사의 디올백 수수와 주가 조작 사건 등 여러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계속해서 떨어진 바 있다.

이에 여당인 국민의힘이 '품위 있는 퇴진'의 기회를 제공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마다하고 비상계엄 도박의 '판돈'을 키우는 쪽을 선택해 몰락을 자초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7일 첫 번째 탄핵안 표결이 무산된 후 국민의힘은 질서 있는 퇴진을 전제로 국정을 수습하려 한 반면,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합법적 통치행위로 정당화하며 강경한 태도를 보인 것이 치명타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가디언은 이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11%로 추락했고 보수 언론조차 등을 돌렸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야당 인사들도 나름의 논란을 안고 있지만 윤 대통령의 운명을 결정지은 것은 스스로의 행동이었다"며 "계엄 도박이 결국 야당이 오랜 기간 탄핵을 위해 찾아온 '스모킹건'(smoking gun·결정적 증거)를 제공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제419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대통령(윤석열) 탄핵소추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김현민 기자

뉴욕타임스(NYT)도 윤 대통령의 임기가 끊임없는 시위와 정치적 교착상태로 점철됐다고 평가했다. 2022년 10월 발생한 이태원 참사에 대한 대처도 정권에 타격을 줬고,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를 겪은 청년층이 탄핵 촉구 시위의 주축이 됐다는 것이다. 명품백 수수와 국정·인사 개입 의혹 등 정치적 위기의 상당 부분이 김 여사 문제에서 촉발됐다고도 분석했다.

외신은 탄핵안 가결에도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도 짚었다. NYT는 한국의 정치적 혼란이 끝나려면 아직 멀었고,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선출직이 아닌 탓에 정치적 중량감이 없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으로 한국을 이끌게 된다고 지적했다. BBC는 한 총리와 권한대행 2순위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모두 계엄 관련 수사를 받고 있다는 점을 거론했다.

BBC 등 외신은 윤 대통령이 2017년 검사 시절 국정농단 수사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데 일조했지만, 반대 세력에 대한 강압적이고 비민주적 대응으로 자신도 같은 운명에 처했다고도 언급했다.

경제금융부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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