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취재본부 강성수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14일 오후 국회에서 가결되자 광주·전남 각계가 일제히 ‘환영’ 성명과 함께 ‘사법적 단죄’를 촉구했다. 시민사회단체는 “헌법재판소의 최종 ‘파면’ 결정이 날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며 투쟁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윤석열 정권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은 이날 성명을 통해 “국민이, 민주주의가 이겼다”고 선언한 뒤, “완전한 승리를 위해 투쟁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밝혔다.
비상행동은 “아직 완전한 승리가 아니다. 국민의힘은 투표에 참여했지만, 압도적 다수가 반대표를 던졌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내란 사태의 연장을 기도했다”고 규탄한 뒤, “다시는 불법적 내란 행위가 발붙일 수 없도록 단죄해 승리를 완성하자”고 밝혀 끝까지 투쟁할 것임을 천명했다. 이어 “완전한 승리를 위해 뜨거운 공론장을 만들고, 정치가 국민의 명령을 이행하도록 우리의 요구와 힘을 모아 나가자”고 강조했다.
목포시민비상시국회의도 성명을 통해 “사필귀정이다. 아무리 무도한 대통령이라도 국민을 이길 순 없다”며 “내란범들에 대한 엄정한 수사와 처벌이 시급하고, 헌법재판소는 하루라도 빨리 ‘파면’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5·18기념재단과 5·18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는 공동 성명을 내고 “국민의 뜻과 정의의 이름으로 윤 대통령의 탄핵이 국회에서 가결됐다”며 “대한민국 헌정사에 또 하나의 역사적인 이정표가 세워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탄핵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며 “5·18정신을 계승해 다시는 이 땅에 독재와 불의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끝까지 싸울 것이다. 헌정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정의로운 단죄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5월 단체는 탄핵안 가결 직후 나온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와 관련, “반성이나 책임감 없이 담화를 발표하는 등 뻔뻔함의 극치를 보여줬다”며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를 유린한 자로서 최소한의 자숙조차 없는 모습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광주·전남지역 자치단체장들도 성명과 담화문, SNS 등을 통해 잇따라 입장을 발표했다.
이날 오후 광주 금남로 집회에 참석한 강기정 광주시장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국회를 군홧발로 짓밟고 국민을 향해 총구를 겨누려 한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됐다. 국민이 승리한 날이다”며 “계엄령 선포 직후부터 오늘 탄핵안 가결까지, 우리 국민은 용감했고 창의적이었고 성숙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담화문을 내고 “탄핵소추안 가결로 반국가·반헌법·반민주 폭거를 멈춰 세웠다. 살을 에는 추위에도 쉼 없이 탄핵을 외친 국민의 승리다”며 “모두가 힘을 모아 하루속히 12월 3일 이전의 대한민국으로 되돌려야 한다, 도민이 하루빨리 일상을 회복하도록 민생 안정 대책을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임택 광주 구청장협의회장은 “윤석열의 쿠데타를 국민이 막아냈고, 탄핵까지 이뤄냈다”며 “이젠 비상계엄 여파로 어려워진 민생을 안정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인화 광양시장은 담화문을 통해 “대한민국 헌정 질서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이번 사태의 전말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며 “책임자들에 대해서는 단죄를 통해 역사적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구복규 화순군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위대한 국민과 민주주의의 승리다”며 “흐린 하늘에도 태양은 빛나고, 비 온 뒤에 무지개가 뜬다”고 글을 올렸다.
지난 3일 비상계엄 당시 입장을 유보해 눈총을 받았던 박홍률 목포시장도 “위대한 국민의 승리다”고 이날은 발 빠르게 입장을 내놨다.
광주·전남 교육계 수장들의 소감도 전해졌다.
이정선 광주시교육감은 페이스북을 통해 “광주시민과 온 국민이 함께 이뤄낸 승리다”며 “광주교육은 앞으로도 5·18 정신의 토대 위에 우리 아이들을 자랑스러운 민주시민으로 키워내겠다”고 강조했다.
김대중 전남도교육감도 “민주주의와 헌법이 살아 숨 쉬는 시간이었다”며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대화하고 집회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봤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지역 정치권도 탄핵 환영과 함께 헌재의 신속한 파면 결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신수정 광주시의회 의장은 “위대한 국민의 승리, 민주주의의 승리다. 1980년 5월 광주가 2024년 대한민국을 도왔다”며 “한강 작가의 질문인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에 대한 가장 감격스러운 답변이다”고 말했다. 신 의장은 이어 “위대한 우리 국민은 윤석열 정권의 실정과 초유의 계엄 사태로 나락으로 치닫던 대한민국을 다시 희망의 대한민국으로 되돌렸다”면서 “헌법재판소는 조속히 탄핵 심리를 개시해 빠른 시일 내에 ‘파면’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광주시의회 더불어민주당·무소속 의원 일동도 “심야에 기습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11일 만에야 국회가 탄핵했다. 매서운 추위와 찬바람 속에서 윤석열 탄핵을 외친 국민의 위대한 승리다”며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내란 수괴 윤석열을 체포해 처벌해야 한다. 처벌로서 역사의 죄인으로 기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은 논평을 내고 “5·18 광주가 2024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켰다”며 “불법 비상계엄 당일 국회 앞에서 계엄군을 막아서고, 오늘 민주주의를 지켜주신 국민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정의당 전남도당도 성명을 통해 “국민이 이겼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한 여정을 지금부터 시작하자”며 “국민에게 전쟁을 선포한 내란 수괴와 공범·부역자들에 대한 법적·정치적 단죄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윤 대통령 탄핵안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300명 중 3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가결됐으며, 이날 오후 7시 24분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서 등본이 대통령실에 전달됨에 따라 윤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