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취재본부 민찬기기자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핫팩, 주먹밥, 따뜻한 차 가져가세요."
14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 일대.
'12·3 비상계엄 사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2차 투표를 앞두고 5·18민주광장과 금남로에서 열린 제6차 광주시민 총궐기대회에는 3만여명의 인파가 운집했다.
이날 총궐기대회는 광주지역 140여개 시민단체가 모인 '윤석열 정권 즉각 퇴진 사회 대개혁 광주 비상 행동'이 주최했다.
총궐기대회는 수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돼 금남로 일대로 확대됐다. 비상계엄이 내려진 지난 3일부터 연일 집회가 열리던 5· 18민주광장과 금남로 곳곳에선 핫팩과 주먹밥, 라면 등 간식, 따뜻한 차가 준비된 20여개의 부스가 마련돼 '5·18 대동정신'이 재차 실현됐다.
비상행동에는 현재까지 수백여명이 후원금과 물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체는 후원금과 물품을 합산하면 1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각 부스에선 ▲나만의 탄핵 피켓 만들기 ▲윤석열구속·국힘당해체 5행시 ▲책갈피 나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해 시민 참여를 유도했다.
각 시민·정치 단체별로 마련한 부스에선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따뜻한 차와 커피를 마시라고 권유했다.
한 부스 관계자는 "수많은 시민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돼 커피와 핫팩을 넉넉히 준비했다"며 "추운 날씨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가결을 위해 모인 시민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도움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오늘 탄핵안이 가결되길 바라는 마음이다"고 말했다.
금남로 일대 카페와 붕어빵 가게 등에서도 수백잔의 커피와 음식 등 시민들의 선결제 릴레이가 이어지기도 했다.
집회에는 시민들이 각자 직접 제작한 개성 있는 피켓과 깃발들이 눈에 띄었다.
시민들의 손에는 '말 안 듣고 시위 나온 아들딸 연맹', '아니 근데 빼놓고 말할 수 없는 사람들', '나만 고양이 없어 연합', '전국 네모 살이 시민연합 광주지부' 등 각자 개성 있는 깃발을 들고 집회에 참여했다.
말 안 듣고 시위 나온 아들딸 연맹 깃발을 제작한 한 시민은 "우리가 생각하는 정의를 지키자는 의미를 담아 깃발을 제작했다"며 "교과서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순간에 직접 참여하게 될 줄 몰랐다. 사랑하는 동생, 조카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 나섰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선 박민규 래퍼의 힙합 공연·시국 관련 랩, 개사곡 경연대회에서 우승한 시민의 무대공연 등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무대에 오른 시민들이 '윤석열 탄핵하라'라고 선창을 외치면 시민들은 곧장 피켓을 높게 위로 뻗으며 '탄핵하라'고 후창했다.
친구들과 함께 집회에 참여했다는 박모(18)군은 "윤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되는 역사적인 순간을 눈에 담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나왔다"며 "5·18과 대동정신에 대해서 교과서로만 공부했는데, 현장에서 보니 조금이나마 실감이 난다. 시민들의 뜻이 모여 민주주의가 다시 회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