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4구역' 가구수 늘린 삼성물산 vs 공사비 줄인 현대건설

시공사 제안 비교해보니 분야별 유불리 혼재
현대건설 "가구수 줄였지만 중대형 늘려"
삼성물산 "공사비 더 많지만 비용상쇄 가능"
득실 따지는 조합원…가장 큰 관심은 한강조망

한강변 재개발 사업 ‘대어’로 꼽히는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막판 각축전을 펼치고 있다. 공사비를 줄이고, 이주비 혜택을 늘리고, 자발적으로 책임준공을 약속하는 등 파격적인 조건을 연일 공개하면서 조합원 마음 사로잡기에 나섰다. 조합원들도 각자 선호에 따라 양분돼 건건이 논쟁을 벌이고 있어, 다음 달 18일 결정되는 시공사 선정 결과를 쉽사리 예측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가구 수 늘린 삼성물산…공사비·기간 줄인 현대건설

11일 한남4구역 조합이 작성한 입찰제안서 비교표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파격적인 조건으로 수주 경쟁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건설업계가 공사비 인상과 경기 침체에 따라 정비사업에서도 돈 되는 사업장만 공략하는 선별 수주에 나선 것과는 다른 행보다.

당초 조합이 제시한 내용과 비교해 현대건설은 공사금액과 기간을 대폭 줄였고, 삼성물산은 가구 수를 늘려 조합 분양수익을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공사비는 두 건설사 모두 당초 조합이 제시한 평당 940만원보다 낮게 써냈다. 삼성물산은 평당 938만3000만원(총 1조5695억여원)이고, 현대건설은 평당 881만4300만원(1조4855억여원) 수준으로 더 저렴하다. 현대건설은 총 공사기간도 49개월로, 삼성물산보다 8개월 앞당기겠다고 제안했다. 조합과 합의한 기간까지 준공을 완료하는 책임준공 확약 조항도 내걸었다.

반면 총가구 수는 2248가구로, 한남4구역 재정비촉진계획에 담긴 것보다 83가구가 줄었다. 층수도 촉진계획안에는 최고 23층이 가능하다고 돼 있으나 현대건설은 19층으로 낮췄다. 삼성물산은 최고 20층, 2360가구를 제안했다. 촉진계획안 대비로는 29가구, 현대건설과 비교하면 112가구 많은 규모다. 분양수익, 그리고 조합원 분담금과 직결되는 일반분양 물량만 24가구를 추가 확보할 수 있다.

현대건설 "중대형 확보" vs 삼성물산 "허그 보증비 없어"

다만 현대건설이 총가구 수를 조정한 것은 소형 평형을 줄이고 중대형 평형을 늘린 결과다. 재정비촉진계획에는 전용면적 50㎡ 미만 가구가 총 562가구로 총가구 수의 4분의 1에 달한다. 현대건설은 이를 289가구로 줄이겠다고 제안했다. 반대로 전용 50~60㎡, 85㎡ 이상 평형은 각각 199가구, 44가구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소형 평형을 줄여 미분양 가능성을 낮추고, 평형을 늘려 이동하려는 조합원들의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이 소형평형을 늘리고 85㎡ 이상 중대형 평형을 줄인 것과 대조된다.

공사비는 표면적으로 삼성물산이 840억원 더 비싸다. 그러나 삼성물산은 높은 신용등급(AA+)을 활용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을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HUG 보증에 따른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허그 보증비는 최소 256억원으로 추산된다. 또 착공 전까지 물가인상률이 3% 이상 변동이 있으면 계약금액을 조정하는데, 삼성물산은 이 증액분을 최대 314억원 부담하겠다는 내용도 제안했다. 환경영향평가 등 향후 비용 발생이 예상되는 항목도 공사비에 반영해, 최종 발생하는 금액은 양사 간 비교를 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외에 분야별로 들여다보면 각 사별 유·불리한 내용이 혼재해 있다. 사업비 대출금리는 현대건설이 CD금리+0.1%포인트로 더 낮다. 반면 추가 이주비는 삼성물산이 기본 담보인정비율(LTV)의 50%에 100%를 추가해 총 150%에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이주비 최저 12억원 대출을 보장하겠다고 제안했다.

"약속 얼마나 지켜질까"…‘득실 따지기’ 분주한 조합원

입찰제안 비교표를 받아든 조합원들은 항목을 하나하나 살피며 득실을 따지고 있다. 선호하는 건설사 또는 내용에 따라 서로 날을 세우기도 한다. 한 조합원은 "현대건설이 책임준공을 확약하면서도 공사 중지 요건에 수급인(시공사)의 책임없는 사유는 제외한다는 문구를 넣고, 지체 시 계약금의 5% 이내로 보상 한도까지 정해뒀다"며 "책임준공 확약이 있으나 마나 한 확약이 될까 고민된다"고 말했다.

조합원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한강 조망 가능성으로 파악된다. 한 조합원은 삼성물산이 ‘전 조합원 한강 조망’ 조건을 내건 것에 관해 "제안서에 ‘상기 조망은 각 가구의 위치나 주변 주거지 변화에 따라 일부 상이할 수 있다’는 문구를 넣었다"며 "한남3구역, 5구역에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을 고려해 실제 가능한 제안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조합원은 현대건설도 ‘조합원 100% 한강뷰 조망’을 내건 것을 언급하며 "각 시공사에서 산정하고 있는 한강뷰 총가구 수와 구역별 가구 수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부동산부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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