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미국)=권해영특파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한국 기업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도 2년여 만에 1440원 돌파했다. 윤 대통령이 계엄령 선포 하루 만인 4일 새벽 이를 해제하면서 주가는 손실을 줄이고, 환율은 소폭 진정됐지만 국내 정치 불안으로 한국 자산의 변동성이 지속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날 뉴욕 주식시장에서 한국 관련주는 일제히 하락했다. 한국 기업을 추종하는 MSCI 한국거래소 상장펀드(EWY) 상장지수펀드(ETF)는 1.64% 하락했다. 프랭클린 FTSE 한국 ETF도 1.06% 빠졌다.
종목별로는 쿠팡이 3.7% 내렸다. 웹툰엔터테인먼트는 1.03% 빠졌다.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형태로 뉴욕증시에서 거래되는 다른 국내 기업들도 일제히 하락했다. 포스코홀딩스는 4.36% 밀렸고 KT와 KB금융은 각각 0.39%, 1.67% 약세를 나타냈다.
윤 대통령이 3일 밤 긴급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이날 장 초반 뉴욕증시에서 한국 관련주는 일제히 폭락했다. 이어 4일 새벽 윤 대통령이 국회 요구를 수용해 비상계엄을 해제한 뒤로 낙폭을 일부 줄였지만 주가 하락을 막을 순 없었다. 이날 미국 주식시장 3대 지수 가운데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소폭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원화 가치도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오후 4시46분 현재 전일 대비 0.85% 상승한 1415.9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날 오전 2022년 10월 이후 2년 2개월 만에 처음으로 1440원대를 돌파했으나, 윤 대통령이 계엄령을 해제하면서 지금은 다소 진정된 상태다.
월가는 한국의 정치 불안을 주목하고 있다. 나인티 원의 마크 레저 에반스 애널리스트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사태와 관련해 "이는 분명 한국 투자에 장기적인 우려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한국 자산에 대한)더 높은 위험 프리미엄이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금융시장 상황을 점검하는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소집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최 부총리는 "비상계엄 선포 이후 나타날 수 있는 시장불안 요인에 대응하기 위해 무제한 유동성 공급 등 모든 가능한 금융·외환 시장안정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