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온유기자
"하양이 1000원, 빨강이 2000원에 팝니다."
연말이면 국내 최대 규모 중고 거래 플랫폼 '중고나라'나 '당근마켓'에 어김없이 올라오는 게시글이다. 중고나라 기준 하루에 100건도 넘게 업로드되곤 한다. 하양이, 빨강이는 도대체 뭘까. 바로 모두 17개를 모으면 다이어리나 다른 상품과 맞바꿀 수 있는 스타벅스 겨울 e-프리퀀시, 일종의 사이버 도장이다.
스타벅스는 음료를 주문한 고객에게 잔수에 맞춰 e-프리퀀시를 주는데, 스타벅스 굿즈를 탐내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매년 중고 거래가 성행하고 있다. 한 소비자는 "스타벅스 e-프리퀀시 중고거래글이 뜨는 걸 보면 '연말이 왔구나' 할 정도로 굿즈 전쟁이 연례 행사가 됐다"고 말했다.
스타벅스는 올해도 '2024 겨울 e-프리퀀시' 이벤트를 시작했다. 1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딸기 라떼, 토피 넛 라떼 등 미션 음료 3잔을 포함해 제조 음료 총 17잔을 구매하고 e-프리퀀시를 모두 모으면 선착순으로 몰스킨의 스타벅스 플래너 3종이나 보나키아의 스타벅스 포터블 램프 4종, 캘린더 1종 중 하나를 받을 수 있다.
2003년 사은 행사로 처음으로 시작된 이 이벤트는 과거 도장을 찍어주거나, 스티커를 주는 형태로 운영됐다. 이 때문에 음료를 직접 구매한 소비자나, 소비자 지인이 아닌 이상 프리퀀시를 갖기 어려웠다. 하지만 2013년부터 프리퀀시 적립 방식이 바코드로 바뀌면서 선물 즉 양도가 가능해졌다. 이에 스타벅스 연말 굿즈가 갖고 싶은 이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거래에 나섰다.
요즘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거래 유형은 e-프리퀀시를 한두 개씩 사고파는 것이다. 현재 기본 음료를 마시면 받는 하양이는 보통 1000원~1500원, 미션 음료를 마셔야 받는 빨강이는 1700원~2500원에 거래되는 중이다. 주로 스타벅스 고객 중에 17개 e-프리퀀시를 아쉽게 채우지 못한 이들이 굿즈를 얻기 위해 택하는 방식이다. 하양이 2개와 빨강이 1개를 교환하는 경우도 있다.
e-프리퀀시 17개 완성본을 사고파는 유형도 있다. 완성본만 있으면 자신이 스타벅스 앱에서 굿즈를 예약해 수령할 수 있다. 플랫폼에 따라 2만~3만원 사이 다양하게 가격이 형성됐다. 스타벅스를 전혀 이용하지 않지만 굿즈는 갖고 싶은 소비자가 이용하는 형태다.
세 번째는 이미 수령한 굿즈를 직접 사고파는 방식이다. 스테디셀러인 스타벅스 다이어리는 현재 색상에 따라 2만5000원~3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올해는 처음으로 라인업에 포함된 포터블 램프의 인기가 가장 높다. 유명 조명 브랜드 보나키아와의 협업으로 이벤트 초기부터 관심을 모았다. 본품과는 다르지만 보나키아에서 판매 중인 조명이 20만원대라, 이번 이벤트를 통해 가성비 있게 구하려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색상에 따라 판매가격이 3만5000원~5만원에 분포해있다. 굿즈는 한정 수량으로 제작돼 선착순으로 나가기 때문에 특정 모델의 경우 품절 우려가 있다. 이에 안전하게 제품을 수령하려는 이들이 주로 물품을 직접 구매하곤 한다.
이처럼 스타벅스의 e-프리퀀시 이벤트는 성공적인 '헝거(hunger) 마케팅'으로 자리 잡으며 연말마다 소비자의 구매욕을 자극하고 매출 진작에 혁혁한 공을 세우는 중이다. 올해 22년차에 접어든 이 이벤트는 스타벅스 매출 3조원 시대를 열 일등 공신이 될 모양새다. 지난해 매출 2조9295억원을 기록한 스타벅스는 올해 매출 3조원대에 진입할 전망이다.
스타벅스 코리아 관계자는 "겨울 프리퀀시 행사는 스타벅스를 사랑해주시는 고객을 위한 사은 행사"라면서 "매출 증진보다는 혜택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굿즈를 얻기 위해 과소비를 조장한다는 지적은 스타벅스 마케팅 성공 이면의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4년 전인 2020년에는 한 소비자가 '여름 e-프리퀀시' 행사 굿즈인 '서머레디백'을 갖기 위해 총 음료 300잔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 소비자는 당시 130만원을 쓰고, 사은품 17개를 들고 떠났는데 음료는 그대로 폐기돼 큰 논란을 낳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