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안해' 허위 정보에 취약…개인 경험 의존하는 인플루언서

유네스코, 45개국 500명 인플루언서 설문조사
'팩트체크 한다' 응답률 36.9%에 불과

전 세계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떠도는 허위 정보에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다수의 팔로워를 보유해 영향력이 큰 인플루언서 10명 중 6명 이상이 정보의 사실 여부를 파악하지 않은 채 공유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플루언서 10명 중 4명은 정보를 판단할 때 사실 여부보다 얼마나 큰 대중의 관심을 받는 정보인지를 중요시했다.

29일 CNN방송은 유네스코가 지난 8~9월 45개국 내 500명의 디지털 콘텐츠 제작자(팔로워 1000명 이상)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많은 인플루언서들이 사실여부 확인에 무게를 두지 않고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공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인플루언서 중 콘텐츠를 공유하기 전 팩트체크를 한다는 응답률은 36.9%에 불과했다. 결국 정보의 신뢰성을 검증하지 않는다는 인플루언서가 10명 중 6명 이상이라는 의미다. 팩트체크를 하지 않는다고 답한 인플루언서 2명 중 1명은 해당 내용의 신뢰성보다는 출처를 신뢰하는 것으로 팩트체크를 대신 한다고 답했다.

인플루언서들은 콘텐츠 제작에 활용하는 정보가 신뢰도가 있는지를 판단할 때 얼마나 큰 관심을 받은 정보였는지를 기반으로 한다고 답했다. 응답자 10명 중 4명 이상이 SNS에서 '좋아요'를 많이 받거나 조회 수가 높은 인기 있는 정보일 경우 신뢰도가 높다고 판단한다는 의미다.

특히 인플루언서들은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정부 등이 발행한 보고서나 문서를 보기보다는 개인 경험을 중시했다. 응답자 10명 중 6명(복수 응답 가능)은 정보 출처로 본인의 경험이라고 답했다. 실제 중국 인플루언서인 장자오위안은 유네스코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게시하는 모든 콘텐츠는 개인적인 경험에서 얻은 자료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개인 경험에 이어 ▲전문가와 자체 인터뷰 또는 자체 조사 ▲주류 언론이 아닌 온라인에서 발췌 ▲주류 언론에서 정보를 얻어 콘텐츠를 제작했다는 응답률은 40%에 달했다. 정부 등이 내놓은 공식 자료를 바탕으로 콘텐츠를 제작했다는 응답률은 12.6%에 불과했다.

인플루언서들이 콘텐츠를 제작하는 주요 동기로는 1위가 '본인의 지식을 다른 사람에게 공유하기 위해서'(26.0%)였고 뒤이어 '돈을 벌기 위해'(23.8%),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해주고자'(23.4%) 순이었다.

최근 들어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 치러진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캠프와 카멀라 해리스 캠프도 인플루언서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유권자의 표심을 사로잡으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미국 싱크탱크인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18~29세 청년 세대의 미국인 40%가 인플루언서를 통해 정기적으로 정보를 얻는다고 답하기도 했다.

유네스코는 "팩트체크가 잘 이뤄지지 않는 건 그만큼 허위 정보 취약하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이는 대중 담론과 미디어에 대한 신뢰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보를 철저하게 비판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은 팩트체크를 비롯한 인플루언서의 미디어 및 정보 리터러시 기술을 키울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기획취재부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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