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원기자
열선보다 10배 빠르게 도로를 데워 눈을 녹이는 기술. 음식물 쓰레기나 하수도로 버려지는 폐식용유를 모아 석유를 대체하는 연료로 만들어내는 기업. 전 세계적 화두가 된 '기후'를 살리는 기술들을 서울시가 한자리에 모았다.
서울시와 서울대 기후테크센터는 공동으로 지난 25~26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2024 서울 기후테크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비건 푸드 등을 직접 만나볼 수 있는 '서울 저탄소 식생활 박람회'도 함께 열렸다. 올해 2년 차를 맞이한 기후테크 컨퍼런스에는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총 45개사가 참가했다. 참여 기업 수와 전시 부스 모두 지난해보다 규모를 키웠다.
서울시는 기후위기 대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밀리언셀러 정책 '기후동행카드'를 만들었고, 시의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탄소중립지원센터'도 꾸렸다. 녹색기업 창업펀드, 기후테크펀드를 조성해 서울에 있는 창업 초기의 유망한 녹색·기후테크 산업 기업에 투자하기도 한다.
이번 컨퍼런스는 기후테크 기업들이 이름을 알리고 자사 기술을 홍보할 수 있는 장이었다. 이틀차에 열린 기업 설명회에 참여한 나노일렉트로닉스는 열선보다 고효율로, 더 빠르게 도로 위 눈을 녹일 수 있는 첨단 도로발열시스템 '에코웨이'를 선보였다. 열선의 단점을 보완했지만 값이 비싼 타 첨단소재와 달리, 비슷한 가격으로 고성능을 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써스테이너스주식회사는 폐식용유 스마트수거함 '리유'를 소개했다. 이렇게 모은 폐식용유를 재활용하면 석유를 대체해 탄소를 감축하는 '바이오디젤'의 주원료가 된다. 기업들의 소개가 끝나자 동종 업체, 지자체 등 참석자들은 기술의 세부 적용 등에 대해 질문하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기후테크 창업 아이디어를 가지고 겨루는 경연대회에서는 소수력발전 시스템을 선보인 'BT에너지'가 대상을 거머쥐었다. 커피 폐기물을 수거해 식물성 대체 단백질을 만드는 '어반랩스'가 최우수상을, 친환경 콜드체인 시스템의 '소무나'와 AI 투명페트병 무인회수기의 '이노버스'가 우수상을 수상했다. 수상 기업들에는 최대 1000만원의 상금뿐만 아니라 기후변화대응 혁신기술 실증사업 지원 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혜택도 주어진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후테크 컨퍼런스를 열게 된 것은 관련 기술을 사람들이 잘 모른다는 이유에서다. 기업들도 기술을 알리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었다"며 "기후테크 기업들의 교류와 최신 동향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판로를 열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투자 유치나 사업 논의도 활발히 이뤄졌다. 컨퍼런스에 참석한 한 기업은 "사업 설명 후 기술을 실증해보자거나 샘플을 구매해보겠다는 분들이 찾아오기도 했다"며 "국내에서 기후테크 관련 행사가 자주 열리지는 않는데, 올해 기후테크 컨퍼런스가 열리면서 투자사가 관심을 많이 가져주셨다"고 말했다.
기후테크 분야를 선도하는 국내외 기업들은 메가트렌드 등 관련 동향을 공유했다. 글로벌 기후테크 유니콘 기업인 '워터쉐드' 서상원 CTO는 기후테크 기업의 성장과 경험을 이야기했다. 워터쉐드는 2019년 설립된 미국 탄소 회계관리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과 지속가능성 보고를 지원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다수의 글로벌 기업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영국의 신재생에너지 생산 기업 '크라켄플렉스'의 잭 그린우드 APAC 마케팅 최고책임자 또한 자신의 경험과 함께 기후테크 메가트렌드를 소개했다. 크라켄플렉스는 실시간 에너지 소비량을 모니터링해 고객에게 에너지절약 솔루션을 도출해주는 서비스를 세계 5400만명 이상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번 컨퍼런스·박람회에는 기업들 뿐 아니라 참석한 시민들이 재미있게 동참할 수 있는 콘텐츠도 찾아볼 수 있었다. 기후 관련 퀴즈를 맞추고 경품을 받아갈 수 있는 기후 골든벨은 많은 참석자의 발길을 끌었다. 전기 자전거를 돌려 전등을 밝히면 다회용기에 담긴 '서울라면' '서울짜장'을 맛볼 수 있는 코너도 인기였다. 자전거 페달을 밟고 트리에 달린 전구의 불이 켜지면 라면을 시식할 수 있다.
개그맨 김재우, 과학커뮤니케이터 울림, 싱어송라이터 요조 등이 참여한 '저탄소 식생활 토크쇼'에는 시민들이 가득 찼다.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육류 생산 시스템을 강조하면서도 "실제로 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소와 닭, 돼지 중 한 가지만 먹는다면 무엇이 가장 (기후에) 유효할까" 등 실질적인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식생활 박람회 참여 기업이 만든 '비건 육포'를 패널과 청중들이 함께 맛보기도 했다.
이 밖에도 대부분의 전시 부스에서 룰렛 돌리기, 기후 서약 등 시민 참여를 유도하고 비건 쿠키 등 간단한 선물을 나눴다. 시 관계자는 "지난해와 달리 전시만이 아닌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과 프로그램을 늘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