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길기자
장형진 영풍 고문이 보유 중인 영풍 주식을 모두 차남인 장세환 전 서린상사 대표에게 넘긴다. 최씨 일가도 고려아연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나서고 있어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장 씨와 최 씨 양쪽 가문에서 지분변동이 감지되는 양상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장 고문은 기존 보유한 자사주 1만2504주, 지분 0.68%를 장 전 대표에 전량 매도한다. 두 사람은 시간외매매 방식으로 지분을 교환한다. 해당 지분의 가치는 26일 종가(43만6000원)로 환산하면 약 54억원이며 거래 시작일은 오는 12월 20일이다. 종료일은 내년 1월 17일이다.
현재 영풍의 최대 주주는 16.89%를 보유한 장 고문의 장남인 장세준 코리아써키트 대표다. 지분 매매가 이뤄지면 2대 주주인 장 전 대표 지분율은 11.15%에서 11.83%로 늘어나게 된다. 영풍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지분을 아들들에게 넘겨왔고 남아있는 소수 지분을 정리하는 차원"이라면서 "고려아연과 갈등으로 결정된 것은 아닌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장내 매수를 통해 보유 지분을 소폭 늘렸다. 최 회장을 비롯한 특별관계자의 지분은 기존 17.05%에서 17.18%로 0.13%포인트 늘어났다.
최 회장의 작은아버지 최창규 회장이 경영하는 영풍정밀이 1만5800여주(0.08%), 최윤범 회장의 모친 유중근 경원문화재단 이사장이 3000여주(0.01%), 최씨 일가 회사로 분류되는 유미개발이 7200여주(0.03%) 등을 확보했다. 이들의 매수 기간은 이달 15~22일로 취득 단가는 최소 92만9938원, 최대 101만7993원이다.
현재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MBK파트너스·영풍의 지분은 39.83%이다.
최 회장 측 지분은 우호 세력을 포함하면 기존 35.4%에서 35.53%로 늘어나지만, 우호 세력으로 분류됐던 한국타이어(0.8%), 한국투자증권(0.8%) 지분을 매각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6%가량 지분율 차이가 벌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날 오후 영풍 측이 제기한 고려아연 임시 주총 소집 허가 신청에 대한 심문을 진행한다. 분쟁의 분수령이 될 임시 주주총회를 두고 영풍·MBK는 조속한 시일 내 열겠다는 계획이지만, 절대적 지분 열위에 있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우호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시간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다.
영풍은 허가 신청에 주총 의장으로 김광일 MBK 파트너스 부회장을 선임한다는 내용을 추가하면서 유리한 입장에 서기 위한 포석을 마련했다. 이에 고려아연이 이사회를 통해 자진해서 임시 주총을 소집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경우 의장을 고려아연 측 인사가 담당하게 된다.
영풍 측은 주총 안건으로 신규이사 14명 선임과 집행임원제도 도입을 위한 정관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도록 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과 외국인 사외이사 선임, 분기 배당 도입을 주총 안건으로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