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김평화기자
교통 법규 위반이 잦은 지역에서 고의 교통사고 사례가 늘어나자 정부가 개선책을 내놨다. 좌회전 금지인 직진 차로에서 좌회전하는 차량을 대상으로 고의 접촉사고가 일어나는 만큼 직진-좌회전 동시 허용으로 차로를 변경할 계획이다. 또 좌회전 반경이 좁은 교차로에서 고의 사고가 많은 만큼 진·출입이 용이하도록 좌회전 유도선의 회전 반경을 확대할 예정이다.
국무조정실은 지난달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한국도로교통공단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고의 교통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전국 15개 지점을 현장 점검했다고 22일 밝혔다.
정부는 고의 교통사고로 인한 보험금 편취 증가로 전체 보험료가 인상하는 등 피해가 늘어나자 현장 점검을 추진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고의 교통사고로 인한 보험사기 피해액은 2020년 3829억원에서 지난해 5476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관련 적발 인원도 5만6418명에서 6만5356명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번 현장 점검을 통해 울산 공업탑 로터리 등 고의 교통사고 보험사기 의심 대상지의 교통안전시설물(노면표시, 안전지대, 표지판 등) 설치 현황과 신호 체계 등 교통 환경을 점검했다. 범죄 표적이 되는 주요 법규 위반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15개 지점별 교통량과 신호 체계 등 교통 특성을 반영한 개선안도 마련했다.
정부는 앞으로 좌회전이 금지된 직진 차로에서 좌회전하는 '지정차로 위반' 차량을 대상으로 고의 접촉사고를 유발하는 사례를 개선한다. 운전자의 차로 위반 행위를 예방할 수 있도록 좌회전 금지 차로를 직진-좌회전 동시 허용 차로로 변경한다. 또 진행 방향별 통행 구분 표지판과 노면 색깔 유도선 등을 설치해 도로 진행 방향 혼선을 줄일 계획이다.
좌회전 반경이 좁은 교차로에서 두 개 차로가 모두 좌회전하는 경우 '차로(유도선)를 이탈'하는 차량을 대상으로 사고를 유발하는 사례도 개선한다. 좌회전 진·출입이 용이하도록 좌회전 유도선의 회전 반경을 확대하고 노면 색깔 유도선을 설치하는 등 교통 환경을 바꿀 예정이다.
4~5차선의 복수차로 로터리형 신호 교차로에서 진·출입 위반 차량을 대상으로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사례 또한 개선한다. 로터리 회전차로에서 급하게 차로를 변경하지 않도록 차로별 노면 색깔 유도선을 설치, 진행 방향을 명확히 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복수차로 로터리 교차로는 평면 신호 교차로로 개편하는 방향도 검토한다.
국조실은 "이번 현장 점검에서 도출한 개선사항을 해당 지방자치단체 등에 전달, 빠르게 시설 개선 조치를 시행하라고 권고하겠다"며 "내년 상반기에 관계기관 합동으로 개선 이행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번 현장 점검 사례를 15개 지역 외 여타 도로 관리 기관(지자체 등)에도 전파할 것"이라며 "각 기관이 선제적으로 법규 위반이 용이한 고의 교통사고 지역에 불합리한 도로 환경을 개선할 것을 독려하는 등 경각심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