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권해영특파원
'가상화폐 저승사자'로 불리는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이 친(親) 가상화폐 정책을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 취임일에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사퇴 소식에 가상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은 상승세를 이어가며 10만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겐슬러 위원장은 21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내년 1월20일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임기는 2026년까지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첫날인 1월20일 정권 교체에 따른 관례대로 사임하기로 한 것이다.
겐슬러 위원장은 "직원들과 위원회는 투자자 보호, 자본 조달 지원, 시장의 효율성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했다"며 "미국 자본시장이 세계 최고로 남을 수 있도록 봉사할 수 있었던 건 인생의 큰 영광이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그는 2021년 4월 SEC 수장에 오른 뒤 가상화폐 업계에 대한 규제와 단속을 강화해 왔다. 가상화폐 친화적인 정책을 예고해 온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겐슬러 위원장의 규제 기조를 비판하며 승리 시 그를 해임하겠다고 공언해왔다.
트럼프 2기의 SEC 위원장 후보로는 댄 갤러거 로빈후드 최고법률책임자, 크리스 지안카를로 전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 헤스트 피어스 현 SEC 위원 등이 거론된다. 모두 가상화폐에 친화적인 인사들이다.
이에 더해 트럼프 당선인의 정권 인수팀은 백악관 내에 가상화폐 전담직 신설까지 검토하고 있다. 소수의 참모를 이끌며 의회, 백악관, SEC, CFTC 등 관계 부처 간 연락을 담당하는 역할을 맡기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 고위 참모직이나 범정부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겐슬러 위원장의 사퇴 소식이 나온 후 이날 비트코인 가격은 계속 상승해 10만달러 선까지 넘보고 있다. 미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동부시간 이날 오후 3시8분 현재 비트코인은 전일 대비 4.58% 오른 9만8498달러 선에 거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