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수기자
올해 SK그룹 계열사들의 회사채 발행량이 1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11월 중순까지 11조원을 넘긴 상황에서 SK,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등이 잇따라 합산 1조원 내외의 공모채 발행 준비에 착수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으로 한동안 자금 조달을 하지 않았는데도 역대 최대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게 됐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가 합산 1조원 내외의 회사채 발행을 추진한다. SK는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을,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SK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선정했다. 세 회사 모두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거쳐 12월 초순에 최종 자금 조달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SK 계열사들은 조달한 자금의 대부분을 만기 도래하는 차입금 상환에 사용할 계획이다. SK는 이달 말과 12월 초에 21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대기하고 있다. SK텔레콤은 다음 달 13일과 1월13일에 각각 1000억원, 1300억원의 만기를 맞는다. SK브로드밴드는 내년 1월에 1000억원의 회사채 만기에 대응해야 한다.
SK텔레콤은 차입금 상환 후 남은 자금을 SK브로드밴드 잔여 지분 인수에 보탤 것으로 관측된다. 태광산업과 미래에셋이 보유한 SK브로드밴드 지분 24.76% 인수에 1조1500억원가량을 투입하기로 하면서 자금 부담이 커졌다. 비핵심 자산 매각 등으로 인수자금 일부를 확보하고 나머지 일부는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마련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은 지난 13일 SK브로드밴 지분 전량을 인수하는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했다. 내년 5월까지 지분 인수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지분 인수가 끝나면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 지분 99.1%를 확보하게 된다.
연말을 앞두고 세 회사가 회사채 발행에 나서면서 SK그룹의 올해 회사채 발행액은 12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들어 이날까지 SK그룹이 발행한 회사채는 총 11조1375억원 규모다. 12월에 1조원의 회사채를 추가로 발행하기로 하면서 회사채 발행액이 큰 폭으로 늘게 됐다.
그룹 계열사 중에서는 최근 2조8000억원어치의 사모채를 한꺼번에 발행한 SK E&S가 가장 많은 회사채를 발행했다. 지주사인 SK가 1조2100억원으로 뒤를 잇는다. SK온의 모회사로 자금 부담이 컸던 SK이노베이션을 지원하면서 자금 조달액이 커졌다.
SK온이 8000억원, SK인천석유화학과 SK하이닉스가 7000억원대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SK이노베이션은 SK E&S와의 합병을 추진하면서 8월 이후 회사채 발행을 하지 않았다. 올해 누적 회사채 발행액은 5500억원 수준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과정에서의 불확실성 때문에 9월부터 한동안 회사채 발행을 중단했다"면서 "하지만 만기 차입금을 비롯해 다른 자금 소요가 지속되면서 자금이 필요한 계열사들이 연말에 채권 발행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SK그룹은 대기업 그룹 중에서도 올해 가장 많은 회사채를 발행한 회사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올해 4조원대의 회사채를 발행한 한화그룹, 롯데그룹, LG그룹의 3배에 달하는 회사채를 발행했다. 업계 관계자는 "SK그룹은 석유화학, 배터리, 반도체 투자로 매년 회사채 발행을 늘려 왔다"면서 "계열사 실적이 좋아지지 않는 상황에서 계속 차입금 만기가 돌아와 외부 차입을 계속 늘릴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