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민기자
건설사 시공능력평가 1·2위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 재개발 시공권을 놓고 15년 만에 맞붙는다. 경쟁 과열을 우려한 조합이 본입찰 전 개별 홍보활동을 금지했을 정도로 경쟁이 뜨겁다. 앞으로 있을 압구정 재건축 등 대형 정비사업의 전초전 성격도 있어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
19일 한남4구역 재개발 조합에 따르면 전날 마감한 시공사 선정 본입찰에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참가했다. 양사는 입찰신청서와 함께 책 5권 분량 정도의 두툼한 입찰제안서를 함께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은 다음 달 초까지 입찰제안서를 비교해 자료를 만들고 조합원들에게 공유할 방침이다. 내년 1월18일 조합원 총회를 열고 시공사를 최종 선정한다.
현대건설은 단지명으로 '디에이치 한강'을 제안했다. 시공권을 이미 따낸 바로 옆 한남3구역의 '디에이치 한남'과 연계해 단지명에 하이엔드를 강조, 통일성을 줬다. 삼성물산은 '래미안 글로우힐즈 한남'을 제안했다. 단일 아파트 브랜드를 가진 삼성물산은 기존 브랜드에 사업지의 특색을 반영한 펫네임(별칭)을 붙여 차별화를 강조하고 있다.
설계 조건도 파격적이다. 현대건설은 국내 최초로 글로벌 건축사무소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와 손잡고 아파트를 설계했다. 한강의 물결과 남산의 능선을 형상화하기 위해 기존의 직선형 설계가 아닌 곡선형 설계를 제안했다. 기존 51개 동에서 22개를 줄인 29개 동으로 세대 간 간섭을 줄이고, 전 가구가 한강·남산·용산공원 조망을 누릴 수 있도록 한 것도 눈에 띈다. 중대형 평형인 1318가구에는 테라스 특화 평면을 제안했다. 한강변 최대 길이인 300m 더블 스카이 브릿지도 설계에 포함했다.
삼성물산은 글로벌 유명 설계사 유엔스튜디오와 협업해 아파트를 설계했다. 한강 변에 전면 배치된 4개 동은 나선형 구조의 원형 주동 디자인을 적용해 마치 층별로 회전하는 듯한 랜드마크 타워로 만든다. 정비사업 최초로 외관 특허를 출원한 설계다. 조합원 100% 한강 조망권도 제안했다. 커뮤니티 시설을 서울시청 광장의 6배에 달하는 1만2000평 규모로 설계한 것도 눈길을 끈다. 한남뉴타운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스카이 커뮤니티를 조성해 한강·남산·용산공원 조망을 만끽할 수 있도록 했다.
한남4구역 조합이 제시한 총사업비는 1조5723억원이다. 하지만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모두 이보다 낮은 입찰액을 써냈다. 나라장터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1조5695억2903만3200원, 현대건설은 1조4855억112만7000원으로 약 840억원 차이가 난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조합이 제시한 공사비보다 낮게 써낸 것은 그만큼 수주하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면서도 "시공 과정에서 공사비는 늘어나기 마련이라 실제 금액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공권 투톱을 다투는 양사가 공식적으로 15년 만에 맞붙으면서 건설업계에서는 수주전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시공권 경쟁은 2009년 부천 도당 1-1구역 재개발 이후 15년 만이다. 이 수주전에서는 현대건설이 승리했다. 서울에서는 2007년 동작구 정금마을 재건축이 마지막 경쟁이다. 이 수주전에서도 현대건설이 승리하며 '이수 힐스테이트'가 들어섰다.
한남4구역을 누가 수주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있을 대형 정비사업 시공권 경쟁의 판도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압구정 아파트 재건축 시공권을 놓고도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한편 한남4구역 재개발 사업은 서울 용산구 보광동 360일대에 지하 7층~지상 22층, 51개 동, 2331가구 대단지를 짓는 사업이다. 공공임대주택 350가구를 제외한 1981가구가 일반분양으로 공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