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기자
폭염 등으로 폭등했던 배춧값이 가을배추 출하가 이어지고 유통업체들이 할인 판매에 가세하면서 한 달 만에 60% 넘게 떨어졌다.
17일 연합뉴스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조사를 인용해 지난 15일 기준 배추 평균 소매가격은 포기당 3257원이라고 밝혔다. 이는 한 달 전보다 63.3% 내린 것이다. 지난 9월 배추 평균 소매가격은 폭염으로 인한 고랭지 작황 부진 때문에 여름배추 공급이 줄어 1만원에 근접했으나, 지난달 하순 가을배추 출하가 본격화하며 안정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15일 배춧값은 2019~2024년 같은 기간 가격 중 최대·최솟값을 제외한 3년 평균인 3552원보다 8.3% 낮다. 다만 이는 1년 전 가격과 비교하면 21.5% 비싸다.
당초 폭염이 9월 중순까지 이어지면서 김장용 가을배추 수급이 어려워지는 게 아니냐며 '김장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게다가 지난 9월 중순 집중호우로 전남 해남군 등 배추 주산지에 피해가 발생하면서 배추 수급 불안은 더 커졌다. 하지만 농가에서 고사한 개체를 다시 심고 생육 관리를 강화하면서 가을배추 작황이 회복된 것으로 전해졌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출하 지역이 확대되고 출하 물량이 늘어 배추 가격은 하향 안정세로 접어들었다"며 "이달 중순부터 최대 주산지인 호남 지역 재배 물량 출하가 본격화하면서 가격은 더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 할인 지원과 유통사 자체 할인도 소매가격 하락에 기여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김장철을 맞아 배추와 무 계약재배 물량(배추 2만4000t, 무 9100t)을 집중 공급했다. 또 다음 달 4일까지 배추·무 등 11개 김장재료를 최대 40% 할인하도록 지원한다.
이마트는 가을배추 39만 포기를 포기당 1600원대에 선보인 데 이어 30만 포기를 1400원대로 더 낮춰 판매한다. 농협 하나로마트도 절임 배추와 젓갈 등의 김장 재료를 최대 38% 할인 판매한다.
배춧값과 동반 강세를 보여온 무 가격도 평년보다는 비싸지만 하락세로 돌아섰다. 15일 기준 무 소매가격은 개당 2524원으로, 한 달 전과 비교하면 29.8% 떨어졌다. 하지만 이는 1년 전보다 72.4% 비싸고, 평년보다도 11.0% 오른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앞으로 나올 겨울 무 생산량은 33만3000t으로 작년보다 5.9% 감소할 것으로 봤다.
한편 지난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주요 대형마트의 포장김치 완제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물가로 김장 비용 부담이 커진데다 1인 가구 등 소규모 가구가 늘면서 김장을 포기하는 이른바 '김포족'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마트의 지난 9월 이후(9월1일~11월12일) 포장김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늘었다. 홈플러스에서도 지난달 포장김치 매출이 전년 대비 25% 늘었고, 롯데마트에서는 이달 1일부터 12일까지 냉장김치 상품군의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신장률이 약 15%로 집계됐다. 이처럼 포장김치 수요가 늘면서 일부 김치 제조사는 자사 몰에서 일부 제품 판매를 중단하거나 배송을 늦춰왔으나, 가을배추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면서 김치 제조사의 포장김치 판매도 재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