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나영기자
전세사기, 깡통전세 보증금을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돌려주느라 2년 연속 3조원대 영업손실을 보게 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이달 말 최대 7000억원 규모의 채권 발행에 나선다. 17일 HUG에 따르면 올해 1∼10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액은 4조291억원, 사고 건수는 1만8687건이었다.
올해 보증사고액은 역대 최고치였던 작년 사고액(4조3347억원)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월별 보증사고 액수는 줄어드는 추세다. 7월 4227억원, 8월 3496억원, 9월 3064억원, 10월 2913억원으로 감소했다.
전세보증이란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을 때 HUG가 자체 자금으로 먼저 세입자에게 반환한 뒤 2∼3년에 걸쳐 경매 등으로 회수하는 상품이다.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한 주택의 세입자에게 반환 요청받은 HUG가 올해 1∼10월까지 집주인 대신 내어준 돈(대위변제액)은 3조3271억원에 달한다.
HUG 대위변제액은 2021년 5041억원 규모였다. 그러다가 2022년 9241억원, 2023년 3조5544억원으로 증가했다. 대위변제액은 급증했으나 집주인으로부터 받아내는 회수율은 올해 8월 기준 8%대로 오히려 감소했다. 이에 따라 HUG는 올해 3조9911억원의 영업손실을 예측하고 있다. 지난해 영업손실(3조9962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HUG 자기자본은 대규모 적자로 인해 올해 1분기 6조8000억원에서 4분기 2조6800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HUG가 수행하는 전세보증, 분양보증 같은 각종 보증이 중단될 수 있다. HUG의 보증 한도는 자본금과 연결돼 있어서다.
HUG는 자본금의 90배까지만 보증할 수 있다. 올해 9월 말 보증 잔액은 634조원, 담보보증금액을 차감한 보증 잔액은 361조원이다.
이에 따라 HUG는 자본금 확충을 위해 5000억∼7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선다. 만기가 30년 이상인 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 영구채로 분류돼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수요예측 시 공모 희망 금리는 연 3.5∼4.1%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말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HUG의 채권 발행에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와 협의를 거쳐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지난 14일 HUG는 금융당국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으며, 오는 19일 투자자 수요예측을 거쳐 26일 채권을 발행할 계획이다.
이번 채권 발행에 앞서 정부가 HUG에 출자한 금액은 4년간 5조4739억원에 달한다. HUG에 대한 주택도시기금 출자는 2021년 3900억원, 2023년 3849억원, 올해 7000억원 규모로 이뤄졌다. 올해는 한국도로공사 주식 4조원 현물출자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