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수기자
코스닥 시장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와 공동 연구계약을 체결한 펩트론 주가는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주가 상승이 이어지면서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하려던 자금 규모도 커졌다. 당초 계획보다 많은 자금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한 펩트론은 예비비를 편성할 정도로 여유가 생겼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펩트론은 신주 발행가를 5만2400원으로 확정했다. 1차 발행가 3만6350원보다 44.2% 비싼 가격으로 신주 264만주를 발행한다. 공모 규모는 기존 960억원에서 1383억원으로 커졌다.
펩트론 주가는 지난달 7일 1차 발행가를 확정한 지 한 달여 만에 89.5%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닥 지수가 12.4% 하락한 것을 고려하면 시장 대비 수익률은 101.9%포인트에 달한다.
1차 발행가를 확정한 당일 펩트론은 릴리와 1개월 이상의 지속형 플랫폼에 대해 기술 평가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펩트론이 보유한 스마트데포 플랫폼 기술을 일라이 릴리의 펩타이드 계열 약물에 적용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로 주가는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달 들어 코스닥 지수가 연일 하락하고 있지만 국내 주식 시장과 별개로 상승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덕분에 펩트론은 최종 발행가가 이전보다 높아져 늘어난 자금 사용 계획을 다시 세웠다. 펩트론은 시설자금 650억원과 운영자금 310억원으로 조달 자금 사용계획을 밝혔다. 조달 자금 규모가 커지면서 운영자금으로 550억원을 배정하고 나머지 183억원은 예비비로 책정했다.
펩트론은 올해 상반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7억1300만원을 보유한 가운데 연구개발비 투자가 이어지면서 적자 경영이 이어졌다. 예상보다 조달 자금이 늘어나면서 여유가 생겼다. 회사 측은 신규 설비 설치 과정에서 부대 비용이 발생하거나 연구개발 과정에서 추가로 시료 제조 비용 등이 발생할 것에 대비해 183억원을 예비비로 편성한다고 설명했다.
최대주주인 최호일 펩트론 대표는 신주 인수 부담이 커졌다. 최 대표는 배정받은 신주 21만5007주 가운데 50%가량만 인수할 계획이다. 납입 규모는 1차 발행가 기준으로 39억원에서 최종 발행가 기준 56억원으로 늘었다. 앞서 최 대표는 지난달 21일 보유 주식 가운데 17만3000주를 블록딜(장외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했다. 주당 매각금액은 8만9770원이며 155억원을 확보했다.
증자를 마무리하고 난 후 최 대표 지분율은 8.37%에서 7.14%로 낮아진다. 지분율 하락으로 경영권에 영향이 발생할 수 있지만 펩트론은 정관을 통해 경영권을 일정 수준 보호하고 있다. 정관 제40조 '이사의 보수와 퇴직금' 조항에는 대표가 적대적 기업인수 및 합병으로 인해 임기 중 해임된 경우에는 근속기간에 따른 퇴직금의 20배를 퇴직보상액으로 지급하는 '황금낙하산' 제도를 명시했다.
현재 주가가 11만원을 넘어서고 있다는 점에서 구주주 청약률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신주는 다음 달 4일 상장한다. 신주 매도 가능일까지 현 주가 수준을 유지한다고 하면 100% 안팎의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다. 구주주 청약에서 실권주가 발생하면 오는 18일부터 19일까지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