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서 덜 먹는다'…식비 씀씀이 감소

상반기 식품 지출액 59.3조로 전년比 감소
절대금액 늘었지만 고물가에 실질 소비 줄어

고물가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식품 소비에 이전보다 더 많은 돈을 쓰고도 실제 소비는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실질 식품 지출액은 59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59조6000억원)보다 0.6%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가계의 음식업 및 숙박업 실질 소비 지출액도 전년 동기(59조2000억원) 대비 1.4% 줄어든 58조4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전체 식품비 지출이 줄면서 가구당 월평균 식품비 지출액도 줄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내 가구당 명목 식품비(외식·주류 지출액 포함) 지출액은 월평균 82만9573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 증가했다. 하지만 물가 변동을 반영한 실질금액으로 환산한 월평균 식품비는 68만5409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식료품 구매에 지출한 절대 금액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고물가로 인해 화폐 가치가 떨어지면서 실질적인 소비량은 감소하고 있다. 올해 2분기 기준 농축수산물의 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6% 상승했고,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는 각각 1.6%, 2.9% 올랐다.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 상승률은 올들어 다소 낮아졌지만,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7% 전후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이 때문에 식비 부담은 더 늘어나면서 소비를 줄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출목적별로 지출액 추이를 살펴보면 올해 2분기 가구의 평균 신선식품 지출액은 14만9000원으로 전년 동기(15만5000원) 대비 3.7% 감소했다. 신선식품 지출액은 올해 1분기(15만4000원)와 비교해도 3.2%가량 줄어들었고, 2020년 2분기(18만2000원)와 비교하면 4년 새 18.1%(3만3000원) 감소했다.

소득별로는 중위 계층의 식비 지출 감소폭이 가장 컸다. 우선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식비 지출액이 34만5716원이며, 상위 20%인 5분위 지출액은 109만2832원으로 소득이 증가할수록 식품비 지출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소득 3분위와 4분위 가구의 지출액이 각각 2.8%, 1.6% 감소한 데 반해 1분위는 적은 지출액에도 불구하고 2.8% 증가해 고물가의 영향이 하위 소득층에 더욱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었다.

식품 소비가 감소하면서 식료품제조업의 재고율도 상승하는 모양새다. 올 상반기 식료품제조업의 재고율은 평균 99.3%로 재고관리는 양호했지만 전년 동기(96.5%) 대비 증가하며 100%에 근접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는 2020년 상반기(100.5%)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음료제조업의 재고율은 107.0%로 전체 제품 재고량이 출하량을 넘어서는 모습이었다.

다만 국내 소비 감소에도 불구하고 수출 증가세가 국내 식료품 제조업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상반기 농림축산식품 수출액은 47억7000만달러(약 6조6800억원)로 전년 동기(44억7000만달러) 대비 6.7% 증가하며 수출 증가세를 꾸준히 유지했다. 이와 더불어 상반기 가공식품 수출액은 43억달러(약 6조200억원)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39억6000만달러) 대비 8.6% 증가했다. 전년 동기 대비 수출 증가폭이 큰 가공식품 품목은 김밥을 포함한 쌀가공품이 77.9%로 가장 높았고, 라면(32.3%), 김(20.1%), 참치캔(12.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박미성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즉석밥과 냉동김밥 등 쌀가공식품은 비건 및 건강식 그리고 한류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더불어 코스트코 등 미국 대형 유통매장 입점 확대로 인기가 지속되면서 가장 높은 수출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통경제부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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