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제일기자
동덕여대가 남녀공학 전환을 논의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재학생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가운데 경찰이 시위 중인 학생들을 상대로 임신과 출산 관련 발언을 해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11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교내에서는 남녀공학 전환을 반대하는 학생들이 시위를 벌였다. 캠퍼스 곳곳에는 학생들이 보낸 근조화환이 설치됐다. 근조화환에는 "학생 몰래 추진한 공학 전환 결사반대" "민주동덕 다 죽었다" "우리들이 만만하냐" 등의 메시지가 담긴 리본이 달렸다.
동덕여대 본관 앞에는 "명애(김명애 동덕여대 총장)롭게 폐교하라"라는 현수막과 함께 대학 점퍼를 벗어두는 학생들의 시위가 벌어졌고, 학내 곳곳은 "소멸할지언정 개방하지 않는다" "공학 전환 결사반대" 등의 메시지로 뒤덮였다. 아울러 동덕여대 총학생회 '나란'은 단과대학 학생회와 동아리연합회, 과 학생회의 릴레이 대자보 등을 학교 건물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고 있다.
이날 본관 앞에서는 학생들의 시위가 벌어졌는데, 시위 현장 사진과 영상 등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시위 중인 학생들을 상대로 시위와 관련 없는 임신·출산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영상을 보면 경찰은 학생들을 향해 "여러분들 나중에 선생님 되시고, 아기 낳고 육아도 하시고…"라고 발언했다. 해당 발언에 학생들은 "안 해!" "네가 임신해!" 등 거세게 반발했다.
학생들의 시위를 응원하는 일부 누리꾼은 해당 경찰의 발언과 관련해 민원 제기를 독려하며 '국민신문고' '경찰민원포털' 등 관련 사이트를 공유하고 있다. 해당 발언으로 논란이 일자 종암경찰서 관계자는 "총장실 문을 부수려고 하니 불법행위를 하지 말라는 취지에서 한 말"이라며 "앞으로 아이도 생기고 육아도 하실 분들이 그렇게 행동하시면 나중에 애들 교육 어떻게 하시려고 하냐는 발언이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대학 측은 남녀공학 전환이 학교 미래를 위한 여러 방안 중 하나일 뿐 확정된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대학 관계자는 "남녀공학 전환은 하나의 가능성일 뿐 논의가 발전되거나 결정된 것은 없는 상태"라며 "향후 논의가 발전되더라도 학생들과 충분히 소통할 것이다. 무작정 진행하는 상황이 아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남녀공학 전환 논의가 학생들과의 소통 없이 수면 위로 떠 올랐다는 점을 지적하며 '밀실 논의'가 아니냐는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현재 전국에 있는 4년제 여자대학은 동덕여대, 이화여대 등 7곳이다. 한양여대를 비롯한 전문대를 포함하면 모두 14곳이다. 앞서 상명여대는 1996년 남녀공학으로 전환해 상명대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