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인천공항, 임대료 산정방식 대안 고민해야

인천공항 면세점 새로운 임대료 산정방식
면세사업자 올해 3분기부터 적용…줄줄이 적자

음식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은 이용자가 입점업체를 클릭할 때마다 광고비를 받아 올해 국정감사에서 뭇매를 맞았다. 배달앱 시장은 배달의민족을 포함한 3개 플랫폼만 있는 독과점 구조인데 배달 의존도가 높은 음식점 간 과도한 출혈경쟁을 야기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질타였다. 음식점 메뉴만 구경하고 배달을 시키지 않는데도 클릭당 200원 이상을 챙기는 사업 구조는 광고를 빙자한 플랫폼의 갑질이다.

이 같은 상황은 인천국제공항에서도 벌어졌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4기 면세사업자를 뽑는 지난해 입찰부터 여객 수에 비례에 임대료를 받는 방식으로 바꿨다. 공항 출국자 수가 늘어나면 임대료가 올라가는 구조다. 인천공항은 문을 연 2001년부터 3기 사업자를 뽑은 2015년까지 입찰에서 최소보장액(고정 임대료)을 제시한 뒤 가장 많은 임대료를 적어낸 면세사업자를 선정했다.

당시 면세 시장은 '황금알 낳는 거위'라고 불릴 정도로 호황을 누렸고, 면세사업자 간 입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임대료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인천공항 3기 면세사업자의 월 임대료가 1㎡당 최고 1600만원에 달해 서울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명동 임대료(㎡당 10만여원)보다 150배 이상 높았다.

하지만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사태를 계기로 면세점 큰손이던 중국 단체 관광객이 자취를 감췄고,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국경까지 폐쇄되며 면세업계가 고사 위기에 몰리자 인천공항의 과도한 임대료가 도마에 올랐다. 한국공항공사는 코로나19 를 기점으로 면세점 매출과 연동하는 방식으로 임대료 부담을 낮췄다.

지난해 7월부터 영업을 시작한 4기 면세사업자들은 임시운영기간 매출과 비례한 임대료를 지급하다 올해 7월부터 새로운 산정 방식이 적용됐다. 올 들어 10월까지 인천공항 출국자 수는 3000만명에 육박하며 지난해보다 29%가량 늘었다. 하지만 인천공항면세점 매출은 여객 수에 비례해 증가하지 않았다. 호텔신라의 경우 지난 3분기 국내 시내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 늘었지만, 공항점 매출은 오히려 6%가량 감소했다. 고물가와 경기 부진 여파로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보다 가성비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커진 데다, 고환율로 인해 가격경쟁력까지 떨어지며 구매로 이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 결과 인천공항 면세점 특허권을 딴 대기업들은 줄줄이 적자 전환했다. 호텔신라 면세사업부의 경우 38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신세계면세점과 현대면세점도 각각 영업이익이 -162억원과 -80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문제는 앞으로다. 올해 여객 수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3556만명)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여객 수가 더 늘어나면 인천공항 임대료는 더욱 치솟을 수 있다. 면세업계에선 '승자의 저주'가 시작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인천공항공사의 임대료 산정 방식을 알고도 입찰에 참가한 기업들의 경영 판단이 1차 책임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관문인 인천공항은 면세사업의 상징인 만큼 면세 사업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입찰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인천공항공사는 4기 입찰 당시 해외 사업자에게 개방하며 입찰 경쟁을 부추겨 낙찰가를 끌어 올렸다. 여행객들이 구경만 하고 쇼핑은 하지 않는데 비용을 받겠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인천공항공사는 임대료 산정 방식을 합리적으로 바꿔야 한다.

유통경제부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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