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문학상 강은교 시인 '마지막 시집 생각에 펑펑 울었는데…'

제32회 대산문학상 수상자 4인 발표

"지난 7월에 시집을 내고 이제 시를 그만둘 때가 됐나보다, 마지막 시집일지도 모른다라고 생각해서 엉엉 울었는데…."

강은교 시인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는 시집, '미래슈퍼 옆 환상가게'가 올해 대산문학상 수상작이 됐다. 강은교 시인은 5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열린 제32회 대산문학상 수상자 기자간담회에서 "'미래슈퍼 옆 환상가게'를 낸 뒤 무력감을 넘어 절망에 빠져 있었다"며 "대산문학상 선정은 저에게 엄청난 문학적 에너지를 준 사건"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시를 쓴 지 어느덧 56년, 시인은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시인은 젊은 후배들도 많은데 자신이 상을 받아 죄송하기도 하고, 착잡하기도 하다고 했다.

시인은 엉엉 울면서도 시 계획을 했다며 앞으로 시집 두 권만 더 쓰자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세상을 더럽히지 않으면서 내 서랍 속에 처넣을 시만 쓰자고 생각하고 있다."

대산문학상은 시, 소설, 희곡, 평론, 번역 부문에서 한국 문학을 대표할 만한 가치를 지닌 작품을 선정해 시상하는 종합문학상이다. 희곡과 평론 부문은 격년으로 시상해 매년 네 개 부문에서 수상작이 결정된다. 번역 부문은 영어, 불어, 독일어, 스페인어를 돌아가며 시상한다. 올해는 평론과 스페인어 번역 부문을 심사했다.

올해 수상작은 강은교 동아대 명예교수의 시집 '미래슈퍼 옆 환상가게' 외에 소설 부문에 김희선 작가의 장편소설 '247의 모든 것', 평론 부문에 서영채 서울대 교수의 평론지 '우정의 정원', 번역 부문에 정보라 작가의 소설 '저주토끼'를 스페인어로 번역한 알바로 트리고 말도나도가 선정됐다.

왼쪽부터 강은교 동아대 명예교수, 김희선 작가, 서영채 서울대 교수 [사진 제공= 대산문화재단]

소설 부문에 선정된 김희선 작가는 약학과를 졸업해 약사로 일하며 소설을 쓰고 있다. 2011년 '작가세계'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으며 2024년 제16회 허균문학작가상, 2019년 제10회 젊은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김희선 작가는 "소설가의 의무는 목소리가 없는 사람들에게 귀를 기울이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글을 써왔다"며 "대산문화상은 제가 가고 있는 길이 옳다는 것을 확인시켜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굉장히 큰 용기를 얻었고 앞으로도 계속 목소리가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작가의 길을 가야겠다고 다짐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희선 작가는 요양병원에서 약사로 근무할 때 봤던 환자들, 코로나19 때 코호트 격리돼 속수무책으로 죽음 앞에 내던져진 이들이 목소리가 없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노인 문제로 살기 힘들어진다는 우리 사회의 인식이 너무 피상적이라고도 했다. "현재 우리 사회가 노인이 운전을 하는 문제에 대해서 굉장히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통계적으로 정확히 봤을 때는 노인들이 운전을 잘 못하는 게 아닌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서영채 서울대 교수는 "작가가 자신이 써놓고도 무슨 소리를 썼는지 모르는 글들이 있는데 비평은 바로 그 활자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늘 생각했다"며 "더 깊이 있게 읽고, 더 꼼꼼히 읽고, 더 겹쳐 읽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번역 부문 수상자인 알바로 트리고 말도나도 스페인 살라망카대학교 현대문학부 교수는 1988년 스페인 태생이다. 2008년에 독일에 교환 학생으로 갔다가 한국 학생들과 친해진 것이 한국 책을 번역하는 계기가 됐다. 지금까지 김애란의 '바깥은 여름', 김훈의 '남한산성', '채만식 선집' 등 12권의 한국 문학 작품을 번역했다. 그는 저주토끼에 대해 "충격적인 작품이라 처음부터 반했다"며 "저주에 걸린 것처럼 작품에 완전히 빠졌던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대상문학상 수상자는 상금 5000만원과 함께 양화선 조각가의 청동 조각 소나무를 상패로 받는다. 시상식은 오는 28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다.

문화스포츠팀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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