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영인턴기자
정부가 일용근로소득에도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용직은 그간 취약계층으로 여겨 건보료를 거두지 않았지만 이제는 건보 재정에 기여할 만큼 소득이 높아졌다는 판단에서다.
4일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 등에 따르면 건보 당국은 급격한 저출생·고령화로 빨간불이 켜진 건강보험 재정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일용근로소득을 포함한 새로운 형태의 소득에 보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소득의 경우 자진 신고하게 하고, 사전에 보험료를 납부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를 마련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현행법상 건보료 부과 대상 소득이지만 보험료를 매기지 않는 일용근로소득에 보험료를 부과하는 등 보험료 부과 소득 범위를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일용근로자는 특정 고용주에게 계속 고용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3개월 미만의 기간에 근로(건설공사에 종사하는 경우 1년 미만)를 제공하면서 근로를 제공한 날 또는 시간의 근로 성과로 급여를 받는 근로자를 의미한다. 일용근로소득은 이러한 근로자가 일급 또는 시간급 등으로 받는 급여다. 건강보험법 시행령 제41조에 따르면 건보료 부과 소득은 이자소득·배당소득·사업소득·근로소득 등인데, 일용근로소득은 근로소득에 포함된다.
과거 일용근로소득은 가난한 일용직이 어렵게 일해서 번 돈으로 여겨졌지만, 최저임금 상승 등으로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 건보 당국의 판단이다. 국세청 통계를 보면 1인당 연간 일용근로소득 수준은 2021년 865만원, 2022년 938만원, 2023년 984만원으로 지속해서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전체 일용근로자 705만6110명이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총소득금액(과세소득)은 69조4594억6000만원이었다.
일용근로소득의 건보료 부과는 외국인 근로자의 보험료 면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외국인 근로자는 낮은 일당을 바탕으로 지난해 10조원가량 벌어들였을 정도로 한국의 일용근로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건보료를 내지 않고 있다. 지난해 일용근로 외국인 45만8680명이 한국에서 총 9조961억원의 소득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