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천재일까 바보일까 …지금까지의 답은 '이것' [테크토크]

최신 AI의 기초 인지 능력
인간의 3분의 1조차 안돼
고등 인지력은 인간 '추월'

인공지능(AI)은 최고의 천재들도 골머리를 앓는 수학 문제를 풀고,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가 하면, 복잡한 의사 결정도 내려줍니다. 한편 AI는 또 기초적인 산수 계산을 틀리거나, 주황색 신호등을 태양으로 인식하곤 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현재 최신 세대 AI의 지적 능력은 어느 정도일까요. 인간을 뛰어넘는 초지능의 소유자일까요, 아니면 그냥 바보일까요. 흥미롭게도 최신 연구 결과를 보면 "둘 다"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람 두뇌 vs 최신 AI, 공간 인지 능력을 두고 겨루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범인공지능(AGI)을 노리고 개발 중인 최신 대형 모델을 '프런티어 AI'라고 합니다. 지난달 9일(현지시간) 애플은 여러 AI 과학자들과 협력해 이런 프런티어 AI 모델의 '인지 능력'을 측정하는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실험에 쓰인 AI 모델은 GPT-4o, 라마(Liama)3 70B, 미스트랄 123B 등 현시점 최신 세대 모델들입니다.

인지 능력은 기계 지능의 지적 능력을 가늠할 중요 지표 중 하나입니다. 우리 인간을 비롯한 동물도 단순하게는 길 찾기나 주변 공간 인식 등 기초 인지 능력부터, 논리적 추론이나 의사 결정 등 추상적 인지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요. 후자로 갈수록 '고등한' 동물로 간주합니다.

연구자들은 일명 '스페이스(SPACE)'라는 자체 인지 능력 테스트를 만들었습니다. AI를 위한 미로에서 길 찾기, 공간 인식, 사물 인식, 기억력 테스트, 최단 경로 찾기 등 다양한 미션을 만들어 대조군인 인간 두뇌와의 성능 차이를 측정한 겁니다.

뒤로 갈수록 테스트의 미션은 점점 더 추상화하고 복잡화합니다. 나중에는 물이 든 용기를 기울였을 때 물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등 결과를 예측해 답변을 내놔야 하는 미션도 주어졌습니다.

인간 지능의 압승…'고차원 주의력' 빼고

인공지능(AI)의 선천적 공간 인지력 부족은 자율주행 개발이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대부분의 테스트에서 인간의 인지 능력이 AI를 압도했습니다. 특히 간단한 길 찾기나 사물 인지일수록 오히려 AI는 훨씬 어려워했습니다. 몇몇 기초 테스트 점수는 인간 대비 1/3 수준에 불과해 거의 써먹지 못할 지경이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SPACE 테스트 중 단 한 분야에서 AI가 인간을 추월했습니다. 바로 문자로만 수행하는 '선택적 주의' 작업이었습니다. 선택적 주의는 사람 두뇌의 특성 중 하나로, 자신에게 당장 필요한 정보에만 집중하고 다른 건 무시하는 능력입니다. 주변에 산재한 방해 요소를 배제하면서 얼마나 집중할 수 있는지를 테스트하는 겁니다.

선택적 주의력은 단순한 인지 능력보다 더욱 고차원적인 집중력, 인내심을 요구하는 작업입니다. 게다가 사람 입장에선 이미지가 아닌 문자로 그런 작업을 수행하기 더욱 까다롭죠. 그러나 AI는 인간 입장에서 훨씬 단순한 작업에 애를 먹으면서, 정작 사람에겐 고차원적인 인지 분야에선 뛰어난 성적을 기록한 겁니다.

인간의 관점에서 AI의 정신 상태는 '장애'에 가깝다

AI의 지능은 인간의 관점으로 해석할 수 없다.

SPACE 테스트 결과는 AI와 인간의 '지능'이 아예 별개라는 점을 일깨워줍니다. 테스트를 진행한 보고서 저자들도 "우리의 연구는 첨단 AI 지능이 인간, 혹은 다른 동물의 지능과 다르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생물의 두뇌는 기초 인지 능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로 고등 인지 능력을 발달시킬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즉, 인간과 AI는 서로 반대의 특성을 가졌을 수 있다는 겁니다. 인간 입장에선 고도의 정신력과 집중력을 요구하는 기능이 오히려 AI 입장에선 자연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지요. 저자들은 "생물의 경우, 기초 인지 능력의 부족은 장애의 증상"이라고도 지적했습니다.

한 마디로 현재의 AI는 (어디까지나 인간 기준으로) 지적 장애에 가까운 상태라는 겁니다. 삶을 영위하는 데 필수적인 능력은 완전히 결핍됐으면서, 대신 고도로 추상화된 특정 분야만 일반인을 초월하는 집중력을 보유한 셈입니다. 이 때문에 AI가 수학 올림피아드 문제를 직접 풀거나, 복잡한 방정식의 정리를 만들어내는 걸 두고 "AI가 인간 지능을 능가했다"고 표현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자연에서 진화한 사람, 데이터 학습해 성장한 AI의 차이?

인간의 조상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인간을 비롯한 동물은 시각, 청각, 후각 등 외부 자극을 받아들여 분석하며 지능을 얻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번 테스트는 동물과 기계가 얼마나 동떨어진 존재인지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인간을 포함한 동물 지능은 생존에 최적화된 방식으로 진화한 결과물입니다. 우리는 시야, 청각, 후각 등 다양한 외부 자극에 반응하고, 공간과 거리감을 인지하는 능력을 최우선사항으로 여겨 왔기에 지금같은 인지 능력을 손에 넣은 겁니다.

반면 이제 막 태동하기 시작한 AI는 초창기부터 '데이터', 특히 거대 언어 모델(LLM)은 텍스트 자료를 받아먹고 성장해 왔습니다. 즉 우리와 발전해 온 경로, 환경 모두 판이하다는 뜻입니다.

AI가 어떤 분야에선 경외감을 불러일으킬 만큼 눈부신 성과를 보여주면서, 또 특정한 분야에선 여전히 초급 단계를 못 벗어나는 원인도 여기에 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특히 자율주행처럼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능력'이 필수적인 업무에서 애를 먹는 것도 이런 이유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슈&트렌드팀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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