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연기자
고려아연이 2조5000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통해 경영권 방어에 나선다.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공개매수를 통해 최대주주로 올라서자 최윤범 회장 측은 유상증자를 통해 역전을 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상증자 과정에서 우호 지분을 최대한 늘려 의결권 지분에서 우위를 잡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이번 유상증자 결정으로 국민연금, 현대차 등 기존 주주들의 지분 희석이 불가피하다. 150만원을 넘어섰던 주가는 순식간에 가격제한폭(하한가)까지 내려앉았다.
고려아연은 30일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보통주 373만2650주에 대한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이날 공시했다. 공개매수로 취득한 자기주식을 소각하기 전 기준 고려아연 발행주식 총수의 18%에 해당한다.
1주당 모집가액은 67만원으로, 청약일 전 3~5거래일 가중 산술 평균 주가인 기준 주가 95만6116원에서 30% 할인율이 적용됐다.
자금 조달 목적은 채무상환자금 2조3000억원, 시설자금 1350억원 등이다. 총 모집주식의 80%에 대해 일반공모를 실시하며 공모 청약 예정일은 다음 달 3~4일이다. 나머지 20%는 우리사주 조합에 우선 배정한다.
유증이 성공하면 최 회장 측은 우리사주조합이 보유한 지분을 통해 약 3%가량의 의결권을 추가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최 회장 측과 영풍·MBK 연합이 주식 공개매수 전을 벌인 결과 양측의 지분율 차이는 3%포인트 정도가 됐다. 아울러 일반공모 과정에서도 우호 지분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려아연은 "공개매수 이후 급격한 주식 유통량 감소에 따른 주가 불안정성을 해소하고 관리종목 지정 내지 비자발적 상장폐지로 인한 투자자의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한다"며 "자금조달을 통한 차입금 상환으로 이자 부담 경감과 재무구조 안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양한 투자자가 주주로 참여할 기회를 제공해 주주 기반을 확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상증자 공시 이후 주가는 하한가를 기록했다. 이날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46만2000원(29.94%) 하락한 108만1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유증이 성공하면 기존 주주들의 지분이 희석돼 지분율이 낮아진다. 3분기 말 기준 7.48%를 보유하던 국민연금의 지분율은 6.33%로 낮아진다. 백기사인 한화그룹 지분 역시 기존 7.75%에서 6.56%로 떨어진다. 현대차그룹(5.05%) 역시 지분율이 4.27%로 희석된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89만원에 자사주를 사서 소각하고 67만원에 유상증자하면 기존 주주들은 뭐가 되느냐"고 토로했다.
MBK 측은 "자본시장과 주주들을 경시하는 최윤범 회장의 처사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며 "유상증자 결정은 기존 주주들과 시장 질서를 유린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이어 "고금리 차입금으로 주당 89만원에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진행해 회사에 막대한 재무적 피해를 입혀놓고 그 재무적 피해를 국민의 돈으로 메우려 한다"며 "12월 초 기준 주가에서 30%나 할인된 금액으로 유상증자가 이뤄지게 되면 남은 주주들의 주식 가치는 더욱 희석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31일 오후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긴급 브리핑을 개최할 예정이다. 앞서 고려아연 공개매수와 관련 불공정거래 조사 및 고려아연-영풍에 대한 회계 심사를 진행한 만큼, 관련 발표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