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연기자
미국 대선이 막판까지 박빙 양상으로 치닫는 가운데 양측 후보들이 지원군을 동원해 표심 잡기에 나서고 있다. 인기 팝스타 비욘세가 등판하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매일 100만달러를 뿌리며 힘을 보태고 있다.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초접전 판세에 유명인들을 앞세워 부동층까지 흡수하려는 전략이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스타 파워'를 앞세웠다. 민주당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인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와 공동 유세로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미셸 오바마 여사는 미시간주에서 공동 유세하며 "이번 선거에서 잘못하면 우리가 잃을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며 "우리의 싸움은 미래를 위한 싸움이자 여성이 자신의 몸에 관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근본적 자유에 대한 싸움"이라고 말했다. 앞서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 24일 조지아에서 함께 유세 무대에 올라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맹공을 퍼부었다.
연예계 유명 인사들도 해리스 부통령 지지 선언을 하고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25일 텍사스 휴스턴 유세장에서는 팝스타 비욘세와 그의 어머니 티나 놀스가 지지 연설을 했다. 비욘세는 "유명인으로서가 아니라 아이들을 걱정하는 엄마로서 왔다"며 "우리 모두의 아이들이 자기 몸을 자유롭게 통제할 수 있는 세상, 분열되지 않는 세상에 살기를 바란다"고 했다.
또 전설적인 흑인 뮤지션 스티비 원더가 해리스 부통령 유세 행사에 노래를 부르고, 래퍼 리조와 가수 어셔도 지지 연설을 하기도 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도 해리스 부통령의 든든한 우군이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지난 24일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파시스트'라는 해리스 부통령의 발언에 동의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더 불안정하고 더 위험해졌다"고 평가했다.
공화당 유력 인사가 해리스 부통령 유세 무대에 오르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공화당의 대표적 반(反)트럼프 인사 중 한 명인 리즈 체니 전 하원의원은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에서 해리스 부통령 유세에 참여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통적 공화당 노선과 거리를 두며 당 주류 인사들과 냉랭한 상태다. 상대적으로 거물급 인사의 지원이 적다. 대신 '일당백'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있다.
머스크 CEO는 사실상 '적진'인 지난 27일 뉴욕시 한복판 매디슨 스퀘어 가든 연단에 올라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적극 지지했다. 앞서 지난 5일, 19일 펜실베이니아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 지원 유세를 했다.
막대한 금전 공세도 퍼붓는다. 연방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미 법무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약인 표현의 자유와 총기 소지 권리를 지지하는 청원에 서명하는 사람 중 매일 한 명을 선정해 100만달러(약 13억8800만원)를 지급하고 있다. 보수층의 유권자 등록을 장려하기 위해서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머스크 CEO는 지난 16일까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에 최소 1억3200만달러(약 1832억원)를 기부했다. 올해 미국 정치 기부자 중 최상위권이다.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명인들을 동원해 유세에 나서는 이유는 선거일이 약 일주일 남은 시점까지도 판세가 보이지 않는 팽팽한 접전 구도이기 때문이다. 두 후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오차범위 내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한 표 한 표가 중요한 상황에서 유명인을 동원한 화려한 유세로 부동층의 눈길을 끄는 전략이다.
ABC 방송과 입소스가 지난 18~22일 전국 성인 28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등록 유권자 그룹(오차범위 ±2.5%포인트)에서 해리스 부통령 지지율은 49%, 트럼프 전 대통령은 47%로 나타났다. CBS 방송과 유거브가 전국 등록 유권자 2161명을 대상으로 지난 23~25일 실시해 같은 날 공개한 여론조사에서는 투표 의향이 있는 응답자(오차범위 ±2.6%포인트)의 50%는 해리스 부통령, 49%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투표하겠다고 했다.